블로깅 슬럼프와 금연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전국민 금연시대에 나는 아직 흡연자이다. 한달 전에야 금연을 시작했으니 아직 당당하게 비흡연자라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끊기 전) 예전보다 많이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반 갑 정도를 피워댔다. 처음 담배를 피우던 시절과는 이제 많이 변해 흡연이 가능한 곳도 많이 줄어들고, 흡연자의 천국이라 불리던 도쿄도 이제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기가 꽤 힘들어졌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땐, 맥도날드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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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시절 사서 피운 담배에 새겨진 충격적인 경고>

금연을 시작하고 나는 심각한 블로깅 슬럼프에 빠져 있다. 블로깅 소재의 고갈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예전의 "포스팅 습관" 때문에 그럴 수 도 있을 것 같다. 반짝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면 담배 한대 피우면서 머리 속에 대략 정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던 습관이 지금은 글을 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쓴 글 중에 [나의 흡연기]라는 포스트가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무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끊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는지 글의 말미에 다시 담배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금연]에 관해 쓰게 되지 않을까 언급한 적이 있었다.

 

흡연자 누구나 그렇겠지만, 거의 15년 가량 담배를 피워오면서 유학생 시절 생활고 때문에 한 2년 담배를 끊어보고, 다시 피우다 여자친구가 담배냄새를 싫어해서 한 1년 안 피우다가 다시 피고, 군대에 가서 5개월 가량 다시 금연,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피워대고 있다. 여러 차례 담배를 끊어본 경험으로 내게 있어서 금연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만 느껴졌었다. 바로 지난 달까지만 해도.

 

이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내게 있어서 담배란 일종의 이나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는 나에게는 담배한대 피워 물고 한대 다 태우고 나면 담배를 피우기 이전의 나쁜 기분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폭음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며 가무를 즐기지 않는다기 보다는 싫어하는 쪽에 속한다. 노래방에 가는 것 조차 웬만하면 사절이다. 친척하나 없는 나라에 와서 사니 누굴 붙잡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오랜 유학생활과 외국생활에 뾰족한 수가 없는 내게 있어서 담배는 정신 건강을 위한 알약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금연을 시작한 계기는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처음 뉴스를 듣고는 떨리는 손으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담배였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는 생각이 들어서 나를 속박, 지배하고 있는 것을 떼어내 보고 싶어져서 결정한 것이다.

 

금연 후, 어찌하면 좋을 지 모를 것이 생겼는데, 바로 스트레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나는 별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지 못한다. 남들 다 쓰는 방법이라고 나도 써봤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쓸데없는 고집일지도 모르지만, 술은 반드시 기분 좋게 마셔야 하며, 절대 취할 정도로 마시지도 않고, 술 먹고 노래방 가자는 친구가 제일 밉다. 끌려가도 노래를 골라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기 때문에 춤을 추러 갈 수도 없다. 그러니 무엇으로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인가가 내게는 굉장히 심각한 두통거리이자 또 하나의 스트레스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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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피고 싶다. 글을 읽고 계신 분은 눈치 채셨겠지만 최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담배를 대신 해 줄 그 무엇도 갖고 있지 않다.

 

갑작스레 이렇게 쓰기 시작해서 쓰다 보니 이 블로깅 자체가 내게 있어서 새로운 담배가 되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 대신 글을? 좋은 생각 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몇 개씩 내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온다면 그날은 내가 스트레스 받은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9/02/16 - [Who I Am] - 나의 흡연기
2009/05/23 - [Who I Am] - 살아서 치욕을 당하느니 죽음으로 결백을 웅변하다
2008/07/28 - [Smoker's Manner] - 담배를 쥔 손은 어린이들의 얼굴 높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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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고. 불타고. 버려지고.

담배가 아니었다면 울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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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몇 명부터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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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담배연기를 쫓는 움직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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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형 재털이. 불을 끄지 않고 꽁초를

버리는 것은, 담배연기를 늘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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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담배는 향기로운 것.

남의 담배는 냄새 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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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재털이는, 어느 장소에서나

피워도 좋다는 허가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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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의 행방.

자신만이 남의 일처럼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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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에 불이 붙은 채로 버리기.

운전중의 나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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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 버리기 금지 포스터.

어린이가 붓으로 어른을 야단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2주일 이상을 블로그를 방치해 두었다 오늘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약 한달 전에 쓴 포스트 하루에 방문자가 천명을 넘을 수도 있구나가 무색하게 어제 하루 방문자가 72,495명 이었다. 어찌나 놀랐던지. 당황해서 방문자 통계와 유입경로를 확인해 보니 예전에 올린 포스트로 다음 첫 페이지에 소개가 되었던 모양이다.

방문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바빠도 땡땡이 치면 안되겠다는 자기 반성 중이다.

 

좀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2008/07/28 - [Learning Japan/Smoker's Manner] - 담배를 쥔 손은 어린이들의 얼굴 높이였다.
2008/07/28 - [Learning Japan/Smoker's Manner] - 꽁초를 배수구에 버렸다...라기 보다는 숨겼다.
2008/07/29 - [Learning Japan/Smoker's Manner] - 담배연기의 크기는, 몸 크기보다 절대로 크다.
2008/07/31 - [Learning Japan/Smoker's Manner] - 700℃의 불을 들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스쳐간다
2008/07/28 - [Learning Japan] - 도쿄지하철 매너 캠페인 포스터
2008/08/04 - [We, In the World] - 우리는 스스로가 왕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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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담배빵"을 하는 사람과,
외국어를 국어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과,
국민보다 외국 정부를 두려워 하는 사람과,
성매매 찌라시만도 못한 허위사실을 호도하는 신문과,
먹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외국에게 잘 보이려고 국민에게
미친소의 고기를 먹이려는 사람들은
똑같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700℃ 의 불을 들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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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긴 꽁초는, 100개의 쓰레기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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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피했다. 그렇지만 담배연기는 부딛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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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재떨이. 갖고 다녀야겠다 라고
꽁초를 버릴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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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치고 지나가는 팔뚝은 맨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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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쓰레기는,
꽁초 일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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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보기 드물어 졌지만, 누구나 한번 쯤 자신의 물건이나 피부에 "담배빵"이라는 것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가방이 타거나 그을려 구멍이 났다든지,
횡단보도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누군가의 담배에 스쳐 소스라치게 놀랐든지.
불이 붙어 있는 담배의 끄트머리(총알?)는 700℃ 나 되는 "흉기"인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멈춰서서 피우는 것이 나와 남을 위하는 책임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가진 것이 많을 수록 책임은 회피하고 모르쇠하는 인간들이 많은거지?

2008/07/29 - [일본한테 배워보기/Smoker's Manner] - 담배연기의 크기는, 몸 크기보다 절대로 크다.
2008/07/28 - [일본한테 배워보기/Smoker's Manner] - 꽁초를 배수구에 버렸다...라기 보다는 숨겼다.
2008/07/28 - [일본한테 배워보기] - 도쿄지하철 매너 캠페인 포스터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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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연기의 크기는, 몸 크기보다

절대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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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읽기도 전에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와 버린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간접 흡연의 광범위함.
내 자신도 애연가 이지만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처럼 싫은 것이 있을까.
PC방, 당구장, 술집 등에서 나오면 담배 냄새가 옷에 스며들어 "쩔어" 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담배 한대 피울 때도 내가 담배를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는 누군가가 근처에 있지 않나 신경 써야하지 않을까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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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를 배수구에 버렸다.
...라기 보다는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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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Japan Tobacco)에서 추진하는 흡연광고 시리즈 72가지 중의 번째 그래픽광고이다.

아주 간단하게 보이는 광고 그대로 뜻하는 바는 아주 간단 명료하다.

아무 생각 없이 배수구에 버리는 꽁초는 재떨이나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 결국 몰래 숨겨서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꽁초는 재떨이로!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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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쥔 손은,

어린이들의 얼굴 높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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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Japan Tobacco, 일본담배)에서 추진하는 흡연매너 광고가 있다.

 “[○○는 하지 맙시다]라고 하는 광고가 아니고, 고객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에서 자주 있는
장면을 등장시켜, 고객 자신이 흡연매너를 자각하고 생각하는 광고가 컨셉트이다
.
이 단편 광고들은 도보흡연이 금지된 도쿄시내의 이곳 저곳에 설치된
Smoking Area의 재털이 위에 붙어있다.


실질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금연을 할 수도 없고(기호의 문제!), 해서도 안되고(막대한 세금!)
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같이 사는 사회이니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
본인도 현재 흡연자이지만, 단순한 한 컷 짜리 광고들을 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도 있고
해서 뜨끔하기도 했다
.

고칠 것은 고쳐야지.
그리고 담배값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 계몽운동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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