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10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 8
  2. 2009.02.06 재외국민이 본 재외국민투표 10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

이렇게해도 무관심...

영국에서 같이 유학을 했었던 일본인 친구가 있다. 워낙 궁합이 잘 맞는데다 박식한 친구라 8년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언제나 대화 거리에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고, 특히 역사와 사회 현상, 문화 비교가 우리의 주요 소재가 된다.

최근에는 격변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자주 의견을 나누곤 했는데 서로 상대 국가 정치와 정치인들의 후진성과 부패를 이야기하며 같이 한숨 쉬고 개탄을 하고 있다. 술 안주거리로 삼는 화제고 대화이긴 하지만 때때로 심도 있고 뼈도 있는 말이 나올 때도 있다.

얼마 전, 한 달여 만에 만나 가볍게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가 불쑥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는 말을 꺼냈다. (F일본 친구, Pppayaji 블로그 주인)

F: 일본에는 여론이 없어.
P: ? 무슨 말이야?
F: 말 그대로야. 일본엔 여론이 없다고.
P: 그럴 리가 없잖아.
F: 불행히도 사실이야. 예전에 ppayaji가 평가했던 대로 우민정치 대국이라니까?
P: 여론이란 건 그냥 보통 국민들의 생각, 의견일 뿐인데 없을 수가 있나?
F: 보통 일본 사람들은 정치의 자도 생각하지 않아.
P: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야. 관심 있는 사람들만 있는 거지.
F: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도 2ch 같은 곳이 인터넷에 있지?
P: . 꽤 여러 개가 있지.
F: 인터넷 뉴스 밑에 댓글도 달고 트위터 유저도 꽤 되지?
P: . 그렇지. 트위터 인구도 꽤 늘었지.
F: 한국의 2ch 같은 곳에서 정치 토픽과 그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며?
P: . 국회 저리 가라지.
F: 일본 2ch에서 한국 또는 중국과의 관계문제나 비방 제외하고 국내 정치 토픽 봤어?
P: 으응? 거의 못 본 것 같네.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못 봤나?
F: 아니. 실제로 거의 없어. 있다고 해도 아주 가벼운 문제만 핥는 수준이랄까?
P: 예를 들면?
F: 북조선계 중고등학교 국비 지원문제? ‘이고 약자니까 한마디씩 뱉는 거지.
P: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
F: 한국에선 국회의원 자질 갖고도 여론이 형성되고 그런다면서?
P: 그렇지. 워낙 더러운 과거를 가진 놈들이 많다 보니 덜 썩은 놈을 가려낸다고 해야 하나?
F: 트위터에서는 어때?
P: ㅎㅎ 나부터도 그렇지만 자칭 정치, 국정운영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
F: 일본 트위터에선 그랬다가는 팔로워가 거의 안 붙어.
P: 진짜?
F: 총리나 당대표 정도나 되어야 일반인들의 소재거리가 될 수 있지. 아님 잘 생겼거나.
P: 일본 여자들 남자 얼굴 너무 밝혀ㅋㅋ
F: 연예인 감각으로 정치하는 놈들이 많아. 다른 나라 사람들보기에 창피해.
P: 우린 도둑놈 사기꾼 감각으로 정치하는 놈들이 많아. 다른 나라 사람들 보기에 창피해.
F: 여하튼일본엔 여론이 없어. 신문과 방송이 알려주고 보여주는 평가가 전부야.
P: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너 말고 다른 일본 친구들과 정치얘기는 한 적이 없네.
F: 일본 국민들은 시스템의 방관자로 전락한지 오래됐어.
P: 21C 나름 선진국 중에 안 그런 나라가 있나?
F: 우린(일본) 불평하는 방법조차 망각한 거야. 이지메 당할까봐.
P: 건전한 불평과 불만이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를 바꾸는 건데, ‘알아서 해주십시오인가?
F: 네 말 대로야. 넌 지금 무뇌아들의 나라에 건너와 살고 있는 거라구.
P: ㅋㅋ 정치는 그럴지 몰라도 경제 쪽에선 그렇지 않아서 내가 고생한다니까.
F: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마 과거에 키워놓은 경제가 아니었다면 일본은 2~3년 전에 망했을 거야.
P: ‘정치대신 경제가, 여론대신 평가가 사회를 지켜나가는 일본이구만.
F: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확한 정의인 것 같네.
P: 지금의 우리나란 정의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 졌어. 노통 땐 이렇지 않았는데.
F: 경제가 일본을 지탱하는 것도 이젠 한계가 온 것 같아. 5년 안에 파탄이 날 거야.
P: 난 어쩌라고? 이쪽에 와서 기반 닦고 있는데 5년 뒤에 한국에 돌아갈 순 없어!! 10년은 필요해!!
F: 일본이 망하면 너 따라 한국 갈 테니까 돈 많이 벌어놔. 덕 좀 보자.
P: 말 같은 소릴 해라. 이 부르주아야!

친구와 한 대화 내용을 어떤 식으로 블로그에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서 나누었던 대화를 그냥 글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 살아 보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일본에서 여론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평가를 그대로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살아가는 정치인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민 나름대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유래 없던 촛불 시위를 보고 우리 스스로도 감동했지만 (물론 감동은 커녕 G랄하며 빨갱이운운하던 깝쩨같은 놈들도 있었지만요) 외국에서는 썩은 정치인들을 끌어 안고도 한국이 망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면서 감탄하고 감동했었답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개 같은 놈들이 개 같이 정치들을 하지만 우린 일본 국민처럼 수수방관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하지 맙시다입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는 일본,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강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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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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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이야기지만, 한국나이 36세가 되도록 단 한번 밖에 투표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나마 한번은 군대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의 팜플렛을 보고 전단지 홈쇼핑을 하는 것처럼 해 본 것이 전부다. 19세에 한국을 떠나 오래 시간 외국을 떠돌며 살았기 때문이다.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준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과연 그것이 옳은 결정인 것인지, 그릇된 결정인 것인지. 그리고 득과 실은 무엇일지. 일단 뉴스에 나온 재외국민 투표 절차를 살펴봤다.


 

1.     선거 약 150일 전 선거인 등록신청 (아마도 공관에 하게 되겠지요)

2.     선거인 명부 확정 (신청기록에 토대, 국내 구시군 의장이 하겠죠)

3.     선거일 약 14일 전에 재외국민 수 500인 이상 공관에만 재외 투표소 설치.

4.     투표기간은 약 9~2주일, 투표시간은 am10:00~pm5:00

5.     재외공관에서 투표, 우편 투표/인터넷 투표는 도입 안함.

6.     외교 행낭 이용 국내 선관위로 배송.

 

절차만 훑어봐도 생겨날 문제점들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첫째, 선거인 등록신청.

외국에서 살고 있는 보통 한국인이라면 한국공관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공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교포사회에서 힘이 있는 사람이거나 공관과 관련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평소 문제가 생겨도 교포를 위해서는 꿈쩍조차 하지 않는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위치를 일반 재외국민이 알 수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는 재외국민 중에서도 특정계층만 선거에 참가하게 할 우려를 낳는다.

 

둘째, 재외국민 수 500인 이상 지역의 공관에만 투표소 설치.

개인적으로, 모든 재외공관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을 투표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인터넷 투표 문제도 꼭 고려해야 한다. 넓고 넓어 비행기를 타고 투표하러 가야 할지 모르는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있는 일본만해도 지방에서 도쿄에 투표를 위해 온다고 하면, 시간과 거리의 문제 때문에라도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이용해야 하는데, 적게 잡아도 왕복 차비만 기본 2만엔 ( 30만원)이 넘게 나온다. 투표하러 가는데 기본 30만원과 반나절의 시간을 쓰라고 하면 흔쾌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기왕 선거권을 준다면 꼭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셋째, 외교 행낭을 이용한 배송

어떤 방법에나 부정 투표의 가능성이 따르지만 이 외교 행낭을 이용한 배송도 큰 문제다. 정부가 믿음직스러우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범 정부차원의 투표조작 가능성도 커진다는 이야기다. 투명하게 진행만 된다면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이지만 반대로 투명하지 못할 경우엔 큰 문제가 되는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현 정부하에서 말이다.

 

넷째, 의무는 없고 투표만 하는 재외국민

김철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포스트, “재외국민 투표권, 납세없이 대표없다를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만 해도 일본에서 벌어서 살다 보니 현 시점에서는 일본에만 세금을 내지, 한국에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 병역의 의무는 다 했지만,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우리가 알만한 사람들의 자식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생할 것 다 해가며, 세금 낼 것 다 내가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유권자들이 못마땅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모든 재외국민이라기 보다는 영주권이 없는 /단기 체류자에게만 우선적으로 선거권을 인정하고,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들은 차제에 고려함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섯째, 교포사회의 분열 및 신 이익집단의 발생

한국에서 제일 지저분하고 치사한 정치에 관련하게 되면서 예전 글 한국인만 조심하면 된다 에서 이야기 한 것보다 더 악화된 교포사회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240만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대통령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교포가 집중되어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우익보수의 경향을 띄며, 특히나 공관까지 투표하러 갈 수 있는 한가함과 재력(교통비가 엄청나게 비싸다)을 가진 이른바 어르신세대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부터의 정보가 아닌, 자신의 기억과 추억만으로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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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교포 단체나 사회에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교포사회”, “교포단체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외국에 나와서 살면서 그런 곳에 가보거나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 할 수 있다. 가봐야 큰 도움도 되지 않지만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똥묻은 코딱지 같은 감투자리를 놓고 점잖아 보이는 어르신들이 언제나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대한민국 국회의 축소판 같은 그곳에 각 정당의 입김이 불어 닥치고, 또 표를 몰아준다며 감투자리에 앉으신 양반들이 콩가루 정당의 관계자들과 사바사바 할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거기에 덧붙여 극렬 종교쟁이들이 합세할 경우에는 나라망신은 극에 달하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현재의 떡고물도 눈을 뒤집고 달려드는 판인데, 한국의 정당들이 끼어 들면기름이 유출된 직후의 서해안 갯벌보다 더 난장판이 될 것은 자명하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교포가 많은 미국과 내가 지금 있는 일본이 새로운 이익집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친미성향 일변도의 후보, 친일성향 일변도의 후보가 대통령/국회의원이 되도록 몰표를 줄 수도 있고, 또 그런 사람이 당선되었을 경우의 폐해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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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교포와 일본 교포의 대결장이 될지도... 뻥좀 보태면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서 선거로 대리전을 치루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여섯째, 우리 재외교포들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가.
  선거에서 누군가를 뽑으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후보에 대한 정보, 그리고 공약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나와 같은 재외교포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과연 정치권에서 제대로 검토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군대에서 투표를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어느날 갑자기 반가운 편지 대신 기름 낀 징그러운 얼굴로 웃고 있는 아저씨들의 사진 5~6장이 서류봉토에 넣어져 우송되어 온 것을 발견했고, 그 기름진 사진들 뒷장에는 대동소이한 선심성 공약들이 마치 서로 베낀듯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무슨 관상쟁이도 아니고, 얼굴사진, 그것도 포토샵으로 멀끔하게 만져놓은 사진을 보고 애완동물 고르듯이 그냥 고르면 되는 것인가? 게다가 현재 딴나라당에서 추진 중인 여러가지 여론통제에 대한 법률들을 보면 앞으로는 인터넷에서 조차 제대로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제 2의 조지 부시, 제 2의 2MB을 뽑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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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이 길어졌지만, 내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자면,

 

1.     제대로 준비가 안된 제도를 시행하느니, 안하는 것이 낫다.

2.     재외국민 투표제도를 이용해 자리보전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3.     현재의 경제위기에 더 신경 써라. 정치적인 술수나 꼼수만 생각하지 말고.

4.     한국 내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해라. 재외국민은 투표에 끼워주시면 감사하지만 내발로 왔기 때문에 큰소리 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상이다.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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