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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0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 8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

이렇게해도 무관심...

영국에서 같이 유학을 했었던 일본인 친구가 있다. 워낙 궁합이 잘 맞는데다 박식한 친구라 8년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언제나 대화 거리에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고, 특히 역사와 사회 현상, 문화 비교가 우리의 주요 소재가 된다.

최근에는 격변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서 자주 의견을 나누곤 했는데 서로 상대 국가 정치와 정치인들의 후진성과 부패를 이야기하며 같이 한숨 쉬고 개탄을 하고 있다. 술 안주거리로 삼는 화제고 대화이긴 하지만 때때로 심도 있고 뼈도 있는 말이 나올 때도 있다.

얼마 전, 한 달여 만에 만나 가볍게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가 불쑥 일본에는 여론이 없다는 말을 꺼냈다. (F일본 친구, Pppayaji 블로그 주인)

F: 일본에는 여론이 없어.
P: ? 무슨 말이야?
F: 말 그대로야. 일본엔 여론이 없다고.
P: 그럴 리가 없잖아.
F: 불행히도 사실이야. 예전에 ppayaji가 평가했던 대로 우민정치 대국이라니까?
P: 여론이란 건 그냥 보통 국민들의 생각, 의견일 뿐인데 없을 수가 있나?
F: 보통 일본 사람들은 정치의 자도 생각하지 않아.
P: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야. 관심 있는 사람들만 있는 거지.
F: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도 2ch 같은 곳이 인터넷에 있지?
P: . 꽤 여러 개가 있지.
F: 인터넷 뉴스 밑에 댓글도 달고 트위터 유저도 꽤 되지?
P: . 그렇지. 트위터 인구도 꽤 늘었지.
F: 한국의 2ch 같은 곳에서 정치 토픽과 그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며?
P: . 국회 저리 가라지.
F: 일본 2ch에서 한국 또는 중국과의 관계문제나 비방 제외하고 국내 정치 토픽 봤어?
P: 으응? 거의 못 본 것 같네.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못 봤나?
F: 아니. 실제로 거의 없어. 있다고 해도 아주 가벼운 문제만 핥는 수준이랄까?
P: 예를 들면?
F: 북조선계 중고등학교 국비 지원문제? ‘이고 약자니까 한마디씩 뱉는 거지.
P: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
F: 한국에선 국회의원 자질 갖고도 여론이 형성되고 그런다면서?
P: 그렇지. 워낙 더러운 과거를 가진 놈들이 많다 보니 덜 썩은 놈을 가려낸다고 해야 하나?
F: 트위터에서는 어때?
P: ㅎㅎ 나부터도 그렇지만 자칭 정치, 국정운영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
F: 일본 트위터에선 그랬다가는 팔로워가 거의 안 붙어.
P: 진짜?
F: 총리나 당대표 정도나 되어야 일반인들의 소재거리가 될 수 있지. 아님 잘 생겼거나.
P: 일본 여자들 남자 얼굴 너무 밝혀ㅋㅋ
F: 연예인 감각으로 정치하는 놈들이 많아. 다른 나라 사람들보기에 창피해.
P: 우린 도둑놈 사기꾼 감각으로 정치하는 놈들이 많아. 다른 나라 사람들 보기에 창피해.
F: 여하튼일본엔 여론이 없어. 신문과 방송이 알려주고 보여주는 평가가 전부야.
P: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너 말고 다른 일본 친구들과 정치얘기는 한 적이 없네.
F: 일본 국민들은 시스템의 방관자로 전락한지 오래됐어.
P: 21C 나름 선진국 중에 안 그런 나라가 있나?
F: 우린(일본) 불평하는 방법조차 망각한 거야. 이지메 당할까봐.
P: 건전한 불평과 불만이 모여서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를 바꾸는 건데, ‘알아서 해주십시오인가?
F: 네 말 대로야. 넌 지금 무뇌아들의 나라에 건너와 살고 있는 거라구.
P: ㅋㅋ 정치는 그럴지 몰라도 경제 쪽에선 그렇지 않아서 내가 고생한다니까.
F: 그럴지도 모르지. 그나마 과거에 키워놓은 경제가 아니었다면 일본은 2~3년 전에 망했을 거야.
P: ‘정치대신 경제가, 여론대신 평가가 사회를 지켜나가는 일본이구만.
F: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확한 정의인 것 같네.
P: 지금의 우리나란 정의를 내릴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 졌어. 노통 땐 이렇지 않았는데.
F: 경제가 일본을 지탱하는 것도 이젠 한계가 온 것 같아. 5년 안에 파탄이 날 거야.
P: 난 어쩌라고? 이쪽에 와서 기반 닦고 있는데 5년 뒤에 한국에 돌아갈 순 없어!! 10년은 필요해!!
F: 일본이 망하면 너 따라 한국 갈 테니까 돈 많이 벌어놔. 덕 좀 보자.
P: 말 같은 소릴 해라. 이 부르주아야!

친구와 한 대화 내용을 어떤 식으로 블로그에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서 나누었던 대화를 그냥 글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 살아 보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일본에서 여론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평가를 그대로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살아가는 정치인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민 나름대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유래 없던 촛불 시위를 보고 우리 스스로도 감동했지만 (물론 감동은 커녕 G랄하며 빨갱이운운하던 깝쩨같은 놈들도 있었지만요) 외국에서는 썩은 정치인들을 끌어 안고도 한국이 망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면서 감탄하고 감동했었답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개 같은 놈들이 개 같이 정치들을 하지만 우린 일본 국민처럼 수수방관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하지 맙시다입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는 일본,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강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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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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