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1주일 동안 한국 출장으로 인해 블로그를 돌아볼 새가 없었다.

6개월 만에 가본 한국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 몇 년만에, 몇 십년 만에 한 번씩 한국에 가시는 분들께는 '오랜만'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럽지만 일단은 넘어가 주시기 바란다.

  올해 초의 한국 출장 시에는 갔다 와서
‘6개월 만의 한국 출장’대형백화점, 불쾌한 이유’를 블로그에 올려 많은 찾아 주신 분들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었다. 이번의 출장은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서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없었지만 지난 번의 출장 때와 비교해 몇 자 적어보고 싶다.

 

1.     여전한 “12만원 이십니다

이번 출장에는 일본에서 상품 supplier buyer를 각각 1명씩 데리고 갔다. 한국의 기존 거래업체와의 미팅과 신규 상품 발굴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 조사차 한국의 대형 마켓(지난 번엔 대형 백화점이었지만)에서 상품들을 조사하며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여전히 변함없이 “12만원 이십니다라는, 손님보다 상품을 존대하는 말을 직원들이 거리낌없이 구사하고 있었다. 손님과 판매 상품, 어느 쪽을 높여야 하는지 왜 구분을 못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금 일찍 호텔에 갔더니 안내 데스크에서 하는 말, “방은 청소 중 이십니다”. 뭐라고? 호텔 방께서 깨끗이 하고 계시는 중이니 입장이 낮은 손님은 출입불가라는 이야기인가? “청소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손님이 맞겠지
.

2.     여전한 좋은데 가시죠
보통, 일본(외국) 바이어는 말 그대로 취급을 받는다. 특히나 불경기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수 시장이 침체인 지금, 외국으로의 수출 길을 뚫는다는 것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이야기이다. 회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업체 사장님들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하시는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런데, ! ? “좋은데(룸 싸롱 등 퇴폐영업장소)”를 가서 술을 마셔야 하는지 접대를 받는 입장에서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도 찍지 않았다. 계약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잘 봐달라는 이야기를 대신 좋은데에서 술 마시고 옆자리의 아가씨를 통해서 하시고 싶은 것인가? 더 좋지 않은 점은 그런 식으로 한번 접대를 받은 바이어는 계속 같은 접대를, 혹은 더한 접대를 받고 싶어하게 된다는 점이다. 못된 버릇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악순환이다. 이번에 같이 갔던 일본 바이어는 일본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나에게 별세상을 본 기분이다. 다음 한국 출장이 기다려진다. 꼭 같이 가자며 껄껄 웃어댔다. 수치심으로 벌개지는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로 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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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못된 장난 후에 생기는 이상한 친밀감우정
자의는 아니지만 좋은데를 다녀 온 후, 한국 측 사장님과 일본의 바이어의 태도가 변했다. 마치 초등학교 때 같이 나쁜 장난을 친 친구들이 느끼는 또래의식 내지는 친밀감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국 측 사장님은 통화를 할 때 마다 우리 사이에…’ 같은 말을 남발하고, 일본 측 사장은 강남은 참 좋은데 같아~’라며 능글능글한 웃음을 흘려댄다. 마치 악동들과 어쩔 수 없이 같은 패거리가 된 느낌이다. 마치 뒤가 구린 사람처럼 나도 모르게 움츠리게 되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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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청난 교통체증과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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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사이에 서울과 경기, 경북 지방의 여러 군데를 다니다 보니 차를 가지고 움직일 수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내가 계속 운전을 해야만 했다. 운전병 출신이다 보니 운전 자체는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의 교통체증은 너무 심했다. 네비게이션에는 15분 거리라고 나오는데 보통 40분이 걸리고, 하루의 스케줄이 아침부터 밀리다 보니 오후가 넘으면 1시간 예정의 미팅이 30분씩으로 짧아져 스케줄 조정에 매우 애를 먹었다. 교통 체증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누군가의 탓을 하기도 뭐한 그런 것이지만 심하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교통체증에는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공사가 아주 큰 몫을 담당하고 있었다. 무슨 공사가 그렇게도 많은지 서울은 아직도 개발 중인가 보죠?”라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고, 경북 지방에 내려가는 경부 고속도로 주변에 웬 공사장이 그리도 많은지 마치 고속도로를 새로 만들고 있는 듯 했다. 누가 이렇게 건설 공사를 좋아하는지 대한민국의 국토가 곰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했다.

5.     부모님과 오랜 친구
항상 이래저래 불평만 늘어놓지만 한국은 부모님이 계시고 태어난 고향.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조차 부모님고향두 글자 만으로 상쇄되는 느낌이다. 또한 한국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오랜 친구가 그렇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귀기 힘들어지는 진짜 친구”. 언젠가는 한국에 꼭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외국생활이 점점 길어지고 익숙해 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외롭고 쓸쓸한, 힘든 외국생활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다.

 

연말에 한국에 갈 때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심적으로 여유 있고, 물질적으로 넉넉하고 나은 모습이 되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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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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