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을 감싼 전운, 그 사이에 낀 한국

 

한국전쟁 이후 60, 피로 얼룩졌던 우리의 근대사는 어느새 잊혀지고 평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가해자였던 일본 또한 지난 60여년 간 평화를 구가해 왔다. 북한과 대치해 오며 만에 하나, 위험한 상황이 오면이라고 항상 준비해온 우리와 달리, 2차세계대전 패전국가 일본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위험사상으로 취급 받아왔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일본 국내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전쟁을 좋아하는 군국주의자라고 입을 모아 비난한다.

애초에 문제 자체는 일본이 만들었지만, 현재의 위태위태한 동북아 상황은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나 장기 예측조차 없이 우발적으로 벌인 가카의 정치 쇼에 의해서 시작되어 예측 불능의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어쩌면, ‘동북아 신 냉전시대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 만큼 심각하게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한 예상이 빗나갔던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시작할 리가 없다!

30년 전, 1983 4,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분쟁이었다. 그 시발점은 영국령 포클랜드에 대해서, 아르헨티나가 갑자기 침공을 개시한 것이 원인이었다.

침몰하는 영국 프리게이트 함


하지만 전투 직전까지,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 물론, 꽤 논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를테면, 1983 4 5일 발간된 비즈니스 위크는, 그 근거로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 극복 정책이 거의 최종단계에 이르렀고 재정 적자 삭감을 위해서 군비의 10% 삭감을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그 끝이 보였고, 군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령을 공격할까?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설득력 있는 의견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42일 포클랜드를 침공했다. 이 잡지가 서점에서 판매되기 3일 전에 벌어진 일이다. 비즈니스 위크의 냉정한 분석이 판매되기 시작한 45, 영국 또한 주변국의 예상을 뒤엎고 강력한 반격을 위해 해군에 출격을 명했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중전과 해상전이 벌어졌다.

 

승산 없는 일본이 전쟁을 시작할 리가 없다!

예상할 수 없었던 전쟁 중 하나가 태평양 전쟁이라고 한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교섭은 난항에 처해있었다. 미국은 일본이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이유는 미국과 일본 간의 절대적인 국력의 차였다. 전쟁을 한다고 해도 일본의 패배는 확실했다. 그렇다면 교섭을 통해 타협안을 도출하는 것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당시의 일본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끝을 알 수 없던 중일전쟁, 난항에 처해있던 미일 교섭에 절망하여 전쟁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결심해버린 것이다.

재일 미국대사관의 에머슨 당시 서기관은 그 분위기를 읽어내고 교섭이 이대로 진행되다가는 전쟁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바로 미 국무성의 중진, 혼벡 정치고문에게 자신의 의견을 보고했다.

일본은 미일교섭에서 궁지에 몰려 절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 하지만 혼벡은 이 의견을 일소하고 말았다. “역사상, 절망감에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예를 들어보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전쟁은 이길 것 같아서 하는 것이고, 절망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바보는 없다는 것이 혼벡의 의견이었다.

 일본군의 기습 폭격에 침몰하는 USS Arizona 호


몇 주 후, 일본은 질 것을 알면서도 하와이의 진주만을 습격했다. 전쟁 위험은 있지만 아마도 교섭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던 미 국무성의 예상은 빗나가고 태평양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머리가 좋은 현실주의자는, 상대도 자신처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착각으로 실패한다.

 

후세인은 돈을 원할 뿐, 전쟁을 시작할 리가 없다!

상대가 전쟁을 시작할 의도가 있는지 어떤지,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정찰 위성으로 상대 국가를 아무리 샅샅이 살펴본다고 해도 그 마음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근년의 걸프전이 그 좋은 예다. 걸프전은 이라크의 후세인이 쿠웨이트에 침공함으로서 시작되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향해서 이라크 군을 이동, 집결시켰고 미국은 일련의 진행 상황을 정찰 위성으로 빠짐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이 정말로 전쟁을 할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이라크와 동 문화권인 주변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미국과 관련된 음모론 또한 가능성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차치합니다). 이라크 군의 행동을 단순한 위세 과시용 또는 협박용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잘못 파악했던 것은 후세인도 마찬가지였다. 쿠웨이트를 침략해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거라 오판한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와 전쟁할 의사가 없다고 오해하고, 이라크는 미국이 쿠웨이트를 위해 전쟁할 리가 없다고 오해한 결과, 걸프전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최첨단 정찰위성으로 주도면밀히 감시한다 한들, 상대의 의중을 읽을 수는 없다.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낙관은 위험하다

60년째 분단국가이며, 남성 국민의 대부분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나라지만, 의외로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무조건 낙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참 희한한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까운 예로, 연평도에 북한의 포격도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 바로 2년 전 일이다. (관련글: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얻었나?”, 김정은과 연평도 포격과 금문도 사건”) MB정부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펼친 결과 중 하나였다.

우리는 지난 연평도 도발에서 얻은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대북정책도 거의 변화가 없었고, 일반 국민이 어떤 교훈을 얻은 것 같지도 않다. 한숨만 나올 뿐이다. 비슷한 일이 일본에 의해서 독도에, 혹은 중국에 의해서 이어도에서 벌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가카는 생각이나 해보고 대책이나 세워봤을까? 그 좋아하는 미국에게 부탁하면 해결이 될까?

 

대한민국의 딜레마

우리도 모르게 하는 생각,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어는 굉장히 위험한 착각이다. 설마, 하고 생각하는 불합리한 행동도 위험한 착각이며, 단순한 협박이라고 생각하는 주변국가의 행동이 사실은 협박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구체적인 노력이다. 또 착각이나 바램, 혹은 낙관적인 관점이 아니고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한 냉정한 위기감 또한 필요하다.

 이들이 주중한국대사관 앞에서 반한 데모를 한다면?


안 그래도 독도문제나 강제위안부 관련해서 밉디 미운 일본이고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시위를 보며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은 싸워라, 싸워라!”하고 신나 할지 모르지만, 중국의 동북공정과 이어도 영토 분쟁화 추진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위험성은 오히려 일본을 능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 지금은 다투고 있지만 우리 또한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한국, 일본, 중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서로 의존하고 얽혀있는 상태이므로 단순하게 옳다, 그르다 편을 가를 수도 없는 정국이다. 중국과 일본 모두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며, 실제로 중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워낙 정권초기부터 외교력 0점이었던 현 정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만은, 어쨌든 일본과는 싫더라도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며 경제적 이익을 따져야 하고, 최근 최대 교역국이 된 덩치 크고 제멋대로인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추구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작금의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서 한 쪽 편을 든다고 한들, 이익이 될 리가 없고 불이익만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수록, 냉철하게 보고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절대로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섣부른 행동은 국가 대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제발 우리 정부가 정신 좀 차리고 냉철하고 명석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의지나 자신감과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보면 동북아 3국 중 우리가 경제, 영토, 규모, 인구 그 어떤 면에서도 가장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예리한 상황 판단력과 냉철한 대응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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