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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6 외국인 감동시킨 러브호텔 2

 

1월 초순 한국에 갔을 때, 시기를 맞추어 내 오랜 독일 친구 커플이 78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 친구들로서는 처음으로 온 아시아 여행이었다. 서울의 숙박지로 레지던스 호텔을 예약해 주었고 결과는 대 만족. 생각보다 굉장히 검소하게 사는 유럽인들답게 호텔에 비해서 훨씬 저렴한 레지던스에서 묵는 것을 선호했다.

 

첫날은 남산 한옥마을, 남산 타워를 구경하고 둘째 날은 경복궁, 창덕궁 등 시내의 조선시대 왕궁을 돌아보고 셋째 날은 인사동등을 구경하고 넷째 날, 우리 부부와 함께 12일 경주 관광을 가기로 했고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헤치며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경주에 가게 되었다. 이 친구, 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매력을 느낀 것인지 손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했다. 10년만의 폭설에 강추위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연방 뷰리풀~ 그레이트~ 환타스틱~ 을 외치며 4GB 짜리 메모리 카드 8개를 사진으로 꽉꽉 채웠다. 심지어는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주변 풍경까지 쉬지 않고 찍어댔을 정도다.


 

경주에서 묵은 호텔은 나름 특급이라는 경주 코모도 호텔이었다. 1층과 로비, 그리고 주변 시설과 풍경은 정말 특급답게 괜찮았지만 객실에 들어가는 순간 그 낡음과 상태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이 없었다면 아마도 호텔을 박차고 나왔으리라. 여하튼 외국인 친구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불국사와 석굴암에서 행복한 얼굴로 마냥 바쁘게 다녔다.

 

토함산에서 해돋이를 보고 경주에서 떠나며 한국의 석양을 보고 싶다는, 내가 찍어서 보내 준 사진 속의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서둘러 동쪽 끝에서 서해로 가게 되었다. 충남 서산 앞바다의 안면도로. 정말 열심히 달렸지만 계속되는 폭설로 인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우리는 결국 해가 진 다음에야 서해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행차라 서산에서 하룻밤 숙박지를 정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번화가에 가서 모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서산의 번화가는 훨씬 더 휘황찬란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일단 옛날 연애시절의 감각을 되살려 가장 새롭고 크고 화려한 모텔을 찾아봤다. 역시나! 눈에 띄는 현수막들. ‘리뉴얼 완료!’ ‘월풀 욕조’ ‘모든 객실 Internet 사용 가능’. 얼른 주차하고 들어가서 각자의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가 보니 모든 시설은 새롭고 완벽 그 자체였다. 몇 년 만에 와본 모텔(속칭 러브 호텔). 연애 시절 생각이 폴폴 나는데? 라고 생각하던 그 찰나, 독일인 친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독일친구: ~! (날 부르는 이름) 방에 월풀 욕조가 있어!!!

 

또 전화가 왔다.

 

독일친구: ~! 인터넷이 된다!! 이거 돈 안내도 되는 거야? 하이 스피드인데?

 

또 또 전화가 왔다.

 

독일친구: ~! 카운터에서 준 비닐 백에 들어있는거 어떻게 쓰는 거야? 오우! 알겠다. 쏘뤼~!

 

또 또 또 전화가 왔다.

 

독일친구: ~! Full HD TV에서 성인채널이 2개나 나와! 이거 정말 무료 맞아?

 

또 또 또 또 전화가 왔다.

 

독일친구: ~! 우리 아까 얼마 낸 거야? 그 가격이 확실해? 네가 더 내준 거 아냐?

 

전화를 네 번이나 받은 후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 내내 차 안에서 독일친구는 러브호텔에 대한 칭찬과 한국의 러브호텔문화에 대해서 계속 물어왔다. 덕분에 한국의 젊은 세대의 연애 스타일이라든지 풍습, 행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만 했다. 다 듣고 난 후 독일 친구의 대답은,

 

나 최신식 러브호텔, 특급호텔이나 레지던스보다 훨씬 좋아. 서울에서도 러브호텔 묵을래 였다.


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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