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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로서, 그리고 투자 컨설턴트로서 일을 하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투자처가 망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도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결코 망하지는 않는 투자처의 존재이다. 일본의 투자업계에서는 이런 투자처(회사) [리빙 데드 컴퍼니(Living Dead Company)]라 부른다. [리빙 데드]는 쉽게 말해서 산송장이나 좀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죽었지만 움직이는, 움직이지만 죽어있는 그런 좀비 말이다.

 

몇 년 후엔 상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천편일률적인 PT를 받고 괜찮다 싶어 펀드를 조성해 입금하고 났더니 매월 자본 흐름에 문제가 있어 간신히 연명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형태의 사업을 몇 년이나 계속하다가 결국엔 그런 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아가는데 익숙해져서 아예 전문가가 되어버리는 사장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어디 그뿐이랴. 오토리스로 값비싼 고급 외제차까지 뽑아서 타고 다니고 사장만큼은 잘 살기도 한다. 결국 투자자는 속았다는 생각에 자금회수를 원하게 되고 투자 초기에 좋았던 투자자와 사장의 관계는
그 종말을 맞이하면서 막을 내린다.

 

사실, 어느 회사가 성장할지 어떨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던 회사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급성장해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기도 하고, 거꾸로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었던 회사가 공중분해 되기도 하는 것은 흔하다 못해 당연하다 느껴지기까지 한다.

 

성공한 기업에 일관된 법칙은 없지만, 실패한 기업은 공통점이 많다. 그 대부분은 사장 개인의 자질이나 성격의 문제에서 오는 일이 많다. 예전에 필자가 만나 보았던 어떤 사장은 휴대전화용 컨텐츠 서비스라고 하는 의외로 흔한 사업내용으로 일시적으로 매출을 급성장 시켰던 덕분에 꽤 우수한 인물로 보였다. 그래서 다음 회기에 상장승인 수속을 고려하던 중 문제가 드러났다. 조직을 지탱해야 할 고참 사원이 무슨 이유에선지 하나 둘씩 회사를 그만 두었던 것이다. 기업의 요소인 재무담당 임원들이 그만두는 것을 듣고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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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을 들어보니 경영에 자신을 갖게 된 사장이 여성직원들에게 집적거려 회사의 조직력을 와해시켰기 때문이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있을까? 사장을 추궁해 보니, “나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라고 하는 올림픽 금메달 감의 착각을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건 단지 성희롱일 뿐이다. 사장 본인이 솔선해서 사내불륜을 자행하고 있던 것이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경영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슷한 예로 어떤 회사의 경우에는 사장의 혐오스러운 행동으로 직원들의 집단 행동을 초래해 같은 날 모든 직원이 회사를 그만둬버려 사장과 투자자만이 남아버린 일 조차 있었다. 예를 든 두 회사모두 사건이후에 일정기간 동안(투자자의 느낌으로는 아주 오랜 세월 후에) [리빙 데드]기간을 갖게 되었고, 결국엔 더 큰 회사에게 매각/합병 되어버렸다.

 

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직원들 위에 군림하거나 회사에 여유자금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철학 문제일지도 모른다. 바꿔서 생각해 보면 친구로서는 좋은 녀석이지만 경영자로서는 꽝이라고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이 사람을 써 보았을 때 처음으로 드러나게 되는 부분이다. 경영이라고 하는 것은 숫자 만으로는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몇 장의 사업계획서와 PT만으로 어떤 사장과 어떤 회사라는 것을 파악해내야만 하는 투자가/투자 컨설턴트라는 직업과 그 업무는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최근 3년간 3/14, 21% (투자유치 성공 후 상장까지)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 수치가 높은지 어떤지는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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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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