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수준미달!
Business 2008. 11. 9. 10:39 |
우리 집 마당에서 갑자기 석유가 펑펑 나온다면,
1. 어떻게 팔까? 바가지에 퍼서? 석유통에 담아서? 리터당 얼마에?
2. 내 땅에서 솟는 석유는 내꺼다. 누구에게 팔지? 주유소를 상대할까? 개인에게 팔까?
3. 이게 석유인가? 성분 검사는 누구에게, 어디에 맡겨야 하지?
4. 까짓 것 솟아나는데 석유통 사다가 리터당 100원에 팔면 사람들이 몰려 대박 나겠지?
5. 소문이 나면 국내 정유사들이 돈 싸들고 와서 애걸을 하겠지? 내가 굳이 가야하나?
6. 뭐 힘들게 살 것 있나? 오는 사람들한테만 팔면 되지. 모르는 놈이 바보지.
7. 석유가 왜 갑자기 안나오지? 돈들여 파야 하나? 그러다 안나오면 어쩌지?
전에 한국과 일본에서의 비즈니스 차이점에 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 허술한 사업계획서에 대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다시 한번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업계획서와 만나야 했다.
직업상 일본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고 싶어하시는 많은 분들과 일본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싶어하시는 클라이언트들의 상담을 받는데, 십중팔구는 나의 개인적인 기준으로서는 수준미달의 사업계획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 자신을 위해 수준미달의 사업계획서들의 자주 보이는 문제점을 정리했더니 다음과 같았다.
1. 상품, 서비스, 사업의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특징을 설명할 수 없다.
2. 누구에게 어떤 판매방법을 쓸 것인지가 명확하지 못하다.
3.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에 신경써서 전체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4. 어디서 수입을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5. “~하면” 이라든지, “~라면” 이라는 전제를 두고 생각하고 있다.
6. 수치로만 계획을 세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7. 사명감, 그리고 의지가 약하다.
어찌보면 내 일이 아니어서 더 잘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한 일을 나에게 조차 제대로 이해하도록 설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나보다 훨씬 현명한 클라이언트나 세심한 소비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허술하고 미비한 이유를 다시금 해석해 보았더니,
1. 상품, 서비스, 사업의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특징을 설명할 수 없다.
⇨계획을 세운 스스로가 아직 머릿속 정리가 다 되어있지 않은 사람
2. 누구에게 어떤 판매방법을 쓸 것인지가 명확하지 못하다.
⇨아이템에만 신경쓰고 정작 누가 사고 누가 쓸 물건인지 생각 안한 사람
3.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에 신경써서 전체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디어, 발명품에만 자기만족하여 그 뒤가 보이지 않는 사람
4. 어디서 수입을 얻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템만 좋으면 저절로 사람이 오고 저절로 팔리고 세금 따위는 계산에 넣지 않고
원가 계산조차 안되는 사람
5. “~하면” 이라든지, “~라면” 이라는 전제를 두고 생각하고 있다.
⇨자금만 있으면, 기회가 있다면, 누구를 소개 받으면….
행동없는 if는 영원히 오지 않는 if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
6. 수치로만 계획을 세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좋은 아이템은 저절로 팔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뒷받침 될 전략(모든 면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7. 사명감, 그리고 의지가 약하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하려는지 모르는 사람.
때로는 돈보다 사명감, 의지가 일을 하게끔, 일이 되게끔 만들어 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7. 사명감, 그리고 의지 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박 터트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 만으로는 사업이 잘될 턱이 없지 않은가. “돈”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처음부터 돈이 굴러들어오는 사업은 없다. 내 땅을 파다 갑자기 석유가 나온다고 해도 파내려도 돈이 들고, 성분 분석하는데 돈들고, 사업성 검토하는 데도 돈이 들며, 담아서 팔 기름통 하나를 사도 돈이 든다. 그리고 펑펑 나오다 갑자기 안 나오면 어쩔 것인가. 의지와 사명감, 비젼을 갖고 더 깊게 파 봐야 할 것 아닌가.
이 “사명감”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 가장 큰 이유는 내게 사업계획서를 들고 와서 설명을 하다가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지적하면 대개의 클라이언트들은 나를 납득시키기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들이 나 다음으로 누구에게 가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다음 사람이 내가 생각했던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그냥 넘어갈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위에 적은 1~6번까지 미흡해도 괜찮다. 사명감과 의지만 있다면 수정하고 보완하고 고치면 그만 아닌가. 사명감과 의지를 갖고 남을, 그리고 나를 납득 시켜야 한다. 일에서든, 삶에서든.
2008/10/30 - [Tokyo?Japan?] - 내가 느낀 한국과 일본의 비즈니스
2008/08/28 - [Tokyo?Japan?] - 일본, 블로그 광고 기술로 돈벌기?
2008/08/04 - [We, In the World] - 우리는 스스로가 왕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