盃事, 절대적 의미를 갖는 야쿠자의 의식
The Dark Side 2008. 11. 17. 18:58 |<야쿠자, 그 세번째 이야기>
盃事 배사 さかずきごと
1. [명사] 부부·의형제·주종 관계 등의 약속을 다짐하기 위해 술잔을 나눔.
2. [명사] 주연(酒宴).
“어이, 쿄-다이(兄弟,형제)!”
야쿠자 영화 등에서 이런 대사를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의 영화감독 키타노타케시(北野武)의 팬들은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헐리웃 영화의 “Hey, Bro~”나 “What’s up, man~”과는 그 의미의 무게가 조금 다르다.
이전의 포스트에서 설명한 것처럼, 야쿠자는 유사적 가족관계를 맺은 자들의 집단이다. 그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盃事(사카즈키고토)라고 하는 의식을 거쳐야만 한다.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혈연관계를 맺는 것이다.
쿠미쵸(組長)로부터 사카즈키(잔)를 받으면 부모와 자식같은 관계가 되며, 잔을 받는 쪽은 자식(子分, 꼬붕)으로서 이후 조직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일하게 된다. 이를 親子盃 (오야코사카즈키)라 한다. 형제를 맺는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해 지는데, 五分五分(고부고부: 쪽 모두 서로를 형제라 부름) 이나 四分六分(시부록부: 시부(40%) 쪽이 동생, 록부(60%) 쪽이 형-兄貴分아니키붕-이 된다)이라는 兄弟盃(쿄-다이사카즈키)의 의식이 있다.
<실제 盃事(사카즈키고토)의 사진과 다큐 영상의 장면>
盃事(사카즈키고토)는 일본의 전통의식 형태를 빌려서 행하는데, 그 모습은 일본의 전통신전결혼식(神前結婚式)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쿠자들 사이에서도 형식의 간소화가 유행해 단순하게 술을 잔에 나누어 마시는 것으로 끝내는 일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의식에 사용된 잔은 부모형제의 인연을 끊지 않는 한, 평생토록 소중하게 보관하지 않으면 안된다. 잔을 분실하기라도 하면,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것 정도로는 용서가 되지 않을뿐더러, 목숨을 잃어도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야쿠자들은 자신의 집에 신단(神棚카미다나, 신이나 조상을 모시는 제단)을 차려놓고 그곳에 잔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소중한 사카즈키이지만, 최근의 젊은 야쿠자들은 신단은 커녕, 싱크대 그릇 놓는 곳에 보관하는 이들도 생겼다고는 한다.
盃事(사카즈키고토)는 혈연관계를 맺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야쿠자 조직간의 항쟁과 같은 트러블부터 같은 조직원들의 다툼까지 최종 해결수단으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手打ち盃(테우치사카즈키)라는 것인데, 사태의 규모에 걸맞는 [중개인]을 세워서 (이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양쪽 모두의 균형을 맞추고 화해하게 된다.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고, 거액의 현금이 오고 가기도 한다. [중개인]은 일종의 재판관 또는 조정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균형’을 잡아 양쪽을 만족시키고 화해시켜 문제의 해결까지 이르는 것이야 말로 手打ち盃(테우치사카즈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평생 가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盃事(사카즈키고토)고 나발이고 몰래 뒤통수 치는 인간들 또한 있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것 처럼 보이면서 온갖 권모술수, 간계를 써서 자신의 두목이나 동기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하는 일 또한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들의 근본은 정상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에 살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서 자라나는 독버섯과 같은 '야쿠자'이다. 의리있고 멋진, 약한자를 돕는 야쿠자란 만화나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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