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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9 국내 수출 상담회의 문제점들 (2)



국내 수출 상담회의 문제점들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중소기업 수출상담회]에 해외 바이어 자격으로 참가했다. 세계 28개 국가에서 바이어들이 초청되어 왔었는데 2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좋았던 점보다는 안타까운 점이 너무 많았다. 수출 입국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생존에 걸려있는 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해외 수출에 많은 관심과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야말로 대기업에 편중되어있는 국내의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해서 더욱 더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분야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국내의 여러 기관들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수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열리고 있는 여러 수출상담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노력할 필요가 크다고 생각된다.

 

l  주최자 중심의 안일한 사고방식

우리나라의 수출 중심 체제는 이미 30년이나 되었다. 그리 짧지 않은 경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아직도 수출상담회에 참가하다 보면 미흡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몇 몇 미흡한 점들은 조금만 신경 쓰고 주의하면 고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수출상담회 주최자 측의 문제점들은 행사를 여는 주최자들 외에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개선이 되지를 않고 있다.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1.     주먹구구식 바이어-셀러 주선과 있으나마나 한 시간표
 수출상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이어-셀러 미팅이다. 수출상담회 개최 1~2개월 전, 바이어는 행사 참가 셀러들의 리스트를 받는다. , 셀러들도 참가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된다. 바이어와 셀러의 요청에 맞추어 주최자가 미팅 시간표를 짜게 되는데 문제는 완전히 주먹구구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어가 식품분야라고 해도 냉동식품, 신선식품, 곡류, 과류, 과자류 기타 등등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적어서 보낸 상세 정보는 보지도 않고 냉동식품 셀러와 과자류 바이어를 매칭시키는 것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 미팅 시간 중간에 예약도 하지 않은 엉뚱한 셀러를 데려와서 시간이 남으시니까 얘기라도 들어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히는 일 또한 드물지 않다. 무슨 대학가 미팅도 아니고 업무 차 바쁜 시간 쪼개서 먼 나라까지 와 있는 바이어가 그런 대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최소 1~2개월의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있다. 수출상담 회에서 가장 중요한 바이어-셀러 미팅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처리했다면 다른 부분은 보나마나다.

2.     말 안 통하는 통역
 수출상담에서 꼭 필요한 것에는 바이어, 셀러, 그리고 통역이다. 나야 우리말 하니까 상관없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 바이어에게 통역사는 곧 자신의 입과 귀이다. 그런데 통역사의 실력이 엉망이라면? 그건 재앙이다. “24ea/box, 30box/carton”“30ea/box, 24case/carton”로 잘못 전달하는 건 애교에 속한다. $1/ea”“$1/carton”이라고 전달하는 경악할 만한 일조차 생기는 것이다. 주최측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간에 통역사의 실력을 검증해야만 한다. 작은 통역의 실수 하나로도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게 되는 끔찍한 일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3.     호텔의 선정과 관리
 수출상담회나 국제회의 등의 행사가 잡히면 근처의 괜찮은 호텔 등을 숙소로 지정 받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 같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방에선 종종 호텔이 문제가 되곤 한다. 얼마 전 F1 그랑프리 개최 때도 대실을 한 모텔이 있었다고 뉴스화 되어 한탄을 했는데 F1 만큼 유명하지 않은 수출상담회나 국제회의 기간엔 그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 또 프론트 담당 직원의 외국어 실력에 문제가 있어 어떤 요구나 항의 자체가 통하지 않거나 심지어 바이어가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다는 점을 이용해 웃으며 우리말로 욕을 하는 경우까지 본 적이 있다. 물론 주최측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호텔과 계약 하에 숙소로 정하는 것이므로 호텔 경영진 측에 몇 번이고 다짐을 받고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     바이어를 위한 편의 시설
 어느 수출상담회에서 아침 9:30부터 오후 4:00까지 6시간 30분 동안 멍하니 서서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었다. 이틀간 열린 전시회 겸 수출상담회였는데 우리 회사 일정을 첫날 오후 4:00, 4:30에 각각 한 건씩 잡고 이튿날 오전 9:30, 오후 4:00시를 잡아 놓은 것이었다. 전시회를 겸하니 비는 시간에 전시회장을 둘러보라는 이야기인 것 같기는 했지만 1시간도 채 안되서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게다가 회장엔 대기실도 없고, 잠시 쉴 의자도 없으며 Wi-Fi 사용도 안되고(노트북을 놓을 자리도 없지만) 주변은 허허벌판 아파트단지에 그 흔한 PC방 하나 없고 호텔과의 거리는 택시로 25분 거리였다. 주최측에 몇 번이나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죄송합니다가 다였다. 나도 짜증이 났지만 먼 나라에서 힘들게 온 바이어들의 짜증은 극에 달했었다. 최소한 대기실과 간단한 책상, 의자와 Wi-Fi 정도는 구비를 해 놓고 손님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도 같은 전시회가 열리는 모양이지만 나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l  성과 중심의 급한 성질
 첫날 일정이 끝나고 보통 저녁에는 숙소로 쓰는 호텔에서 수출상담회 주최자가 준비한 만찬행사를 갖는 경우가 많다. 바이어들끼리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 나라의 정보를 교환하는 좋은 시간인데 만찬행사 때마다 바이어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바로 오늘이나 내일 계약해야 되는 거에요?”이다. 셀러가 들고 온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 바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천원도 아니고, 만원도 아니다. 최소 만불 단위에서 시작하는 거래를, 그것도 타국간 무역 거래를 생전 처음 만난지 1시간만에 결정하고 계약할 수 있겠는가? 큰 손해를 볼 리스크도 있는데 말이다. 주최측도 마찬가지다. 통역사에게 상담액수를 적어 오라 시킨다. 바이어가 제품의 매력과 자국 시장에서의 판매 가능성, 수요를 판단하기도 전에 얼마짜리 상담인지를 판단해 보고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이러한 성과 중심의 액수를 보고하고 계약까지 진행하라는 태도는 저녁 만찬 테이블에서 바이어들의 조롱거리로, 반찬거리로 전락해 버린다.

l  상담회에 참가하는 중소기업의 태도

1.     사라지지 않은 코리아타임
 아직 완전히 고쳐지지 않은 코리아타임또한 문제다. 최근에 참가했던 수출상담 회의 경우, 이틀 동안 09:00부터 45분 상담, 15분 휴식으로 이루어졌었는데, 나의 경우는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스케줄이 꽉 차있었다. 하루 당 8개업체, 이틀 동안 16개업체와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놀랍게도 6개업체가 아예 오지 않았고 남은 10개 업체 중 2개업체가 시간보다 10여분 이상 늦게 왔다. 제품 자체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그렇지만, 바이어는 시간 약속도 못 지키는 업체가 자칫하면 통제 불능이 될 수도 있는 수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신용은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부터 나오게 되는 것이다.

2.     안하무인과 세계특허
 
상담회에서 중소기업이 만든 괜찮은 제품이 있었다. 진행해 봐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샘플 1개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취급해 보고 싶으면 판매를 하겠다고 한다. 자신들은 샘플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지만 개당 약 200불 정도하는 제품이었다. 의료관련 제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사용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까다로운 품목인 만큼, 관련 관청 허가와 인증, 시장조사, 품질테스트가 선행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샘플의 필요성은 다른 품목보다 더 절실했다. 만약, 잘 알려지고 성능과 품질이 입증되고 시장에서의 니즈가 대단한 제품이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이제 막 개발해서 알려지지 않은 상품이라면? 대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적어도 제품에 대한 입증은 셀러 또는 제조사가 해야 할 몫이다. 바이어 입장에서 그 제품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지 않는 한은 수입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굳이 내 돈 들여가며 그 제품을 공들여 테스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회사는 국내에서만 특허가 등록이 완료되고 국제특허를 출원 만 해 놓은 상태임에도 다른 곳에선 우리 제품 같은 좋은 상품을 절대 못 구합니다. 만들 수도 없습니다. 생각 없으시면 굳이 붙잡지는 않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실소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애걸복걸해도 사줄까 말까인데 말이다. 셀러는 넘치고 흐른다. 바이어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그 많은 예산과 시간과 공을 들여가며 힘들게 해외 바이어들을 초빙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3.     진상? 진상!
 바이어들에겐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 싫어하는 분야가 있다. 이 글의 윗부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같은 식품이라 해도 냉동식품과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미팅을 요청해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아닌 것은 아니다이다. 그냥 싫어서 아닌 것이 아닌, 자신이 취급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하는데도 부득부득 버티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신 분들과 상담을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이 있는 바이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본인한테도 좋을 텐데 말이다.

l  대단하신 분을 위한 행사?

수출 상담회 등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외부에서 오신 대단하신 분의 행차이다. 개회사도 하셔야 하고, 만찬사도 하셔야 하고, 폐회사도 하셔야 하고지겹다. 그냥 주최사의 대표가 해도 충분한 것을 지자체장이나 단체장, 정치인께서 친히 왕림하셔서 밥을 앞에 놓고 3~4명이 30분 가까이 떠들어대면 지치다 못해 화가 난다. 나야 가까운 일본에서 가지만 심한 경우엔 20시간 이상을 날아오는 바이어도 있다. 밥은 식어버리고 몸은 피곤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연설에 게다가 연설의 절반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OOO XXX도지사님, 그리고 OOO XXX군수님, OOO도 경제인연합회 XXX, OOO도 무역협회 회장 XXX, XXX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같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름을 읊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차라리 제일 유망한 제품의 시연회를 갖는 것이 어떨까?

 

수출상담회 참가 당시에는 쓰고 싶은 내용이 훨씬 더 많았다. 너무 오랜 시간 토픽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위와 같은 점들이 조금 씩만 고쳐져도 조금은 더 나은 성과를 걷을 수 있는 수출상담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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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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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망고나무 2012.08.22 13: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포스팅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저는 현재 통역회사 (에이전시)에 근무하고 있는데 수출상담회 통역사 파견을 하면서 느낀 바를 그대로 이 포스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외바이어나 주최측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100%는 모르더라도요^^
    감사합니다. 저희 내부직원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읽어보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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