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다!
Business 2010. 2. 24. 10:31 |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다!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슈퍼마켓 트레이드 쇼’에 참가한 한국의 소기업 사장님을 도와 프레젠테이션(이하 PT)을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일단 전시회에 참가해서 상품을 선보이고 홍보한 것은 좋았는데 일본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신규 제품 공급을 위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일본의 모 회사 제품과 한국의 소기업 제품 중에 하나를 채택하겠다고 갑자기 통보해 온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준비기간은 단 이틀, 이틀 내에 PT준비를 끝내고 홈 그라운드의 일본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내가 클라이언트를 대신해서 PT를 하게 된다. 언어의 장벽도 장벽이고 갑작스런 상황에 행여 실수라도 할까 무서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전전긍긍하며 ‘잘 부탁한다’는 말만 연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토’ 밖에는 할 줄 모르는 클라이언트 회사의 사장님께서 직접 PT를 하시겠다면서 이틀만 자신과 달라붙어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극구 말렸지만 본인의 의지가 너무도 확고해서 최선을 다해 돕게 되었다.
PT시간은 약 5~6분, 질문시간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통역하거나 간단히 답하기로 했지만 준비 과정에서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니 어쩌겠나. 다른 케이스들처럼 PT대행은 경험이 많아 괜찮은데 사장님은 돈 받고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본인이 PT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중요한 업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니 그 말씀에 감복되어 일단은 한국어로 PT준비를 하고 일본어로 번역, 어감이 이상하지 않은지 몇 번이나 체크하고 팔자에 없던 연기(?) 수업을 시작했다.
우린 PT의 신, 잡스가 아니다. 하지만 열정은 잡스 이상이어야 한다.
PT가 끝난 직후, 한국 사장님께서는 위경련이 오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당연하다.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외국어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고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셨으니 속이 뒤집어 지는 것도 당연하다.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솔 파파파 미미미 레레레 도’ 라면 어떨까? 누구나 아는 ‘무엇이 무엇이 똑같나요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를 피아노로 치려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몇 분, 몇 시간의 연습이면 충분히 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6년, 혹은 그 이상 교육받고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처럼 영어를 할 수 없다. 또, 영어가 아닌 그 어떤 외국어라도 그렇다.
이번 PT를 위해 클라이언트 사장님과 나는 여러가지 궁리를 했었다. 어떻게 하면 생판 모르는 외국어로 PT를 구성할 수 있을까?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워봤다.
1. 짧은 문장으로 단순하게 전달하자.
일본어는 우리말과 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주어+조사+목적어+조사+동사(형용사)>의 형태를 이룬다. 그래서 영어보다는 아무래도 문장 구성이 어렵지 않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문장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또한, 발음도 연습을 조금만 하면 하기 쉽기 때문에 짧은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구성을 했다. 인터네이션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아예 없애기로 하고(도쿄는 일본 중에 가장 인터네이션의 기복이 없는 편이다) 가급적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영어의 경우, if, who, which, that 등등 복수의 절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1개의 문장은 아무리 길어도 10개 이하의 단어로 구성해 짧게 하는 것이 낫다. 또 한가지 짧은 문장의 이점은 내이티브와 거의 같은 속도와 억양, 리듬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어렵다.
2. 외국어 구사력보다는 인간적인 모습과 열정으로 평가받자.
바이어나 투자자의 시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또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그리고 그 경영자가 만든 상품을 평가 받는 것이지 영어나 외국어 어휘력을 평가 받는 것이 아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아주 작은 초보적인 부분일 뿐이다. 게다가 통역이 있으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 절대 포기하지 않을 사람인가?
-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 능력 있는 사람을 끌어들일 리더십이 있는가?
등등의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도 훨씬 근본적인 ‘사람으로서의 근본과 근성’을 평가 받는 기회가 PT 인 것이다.
몇 년 전, TV에 나와 ‘어륀지’ 어쩌구 저쩌구 하던 모자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본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는가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정말 중요하다.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정말 별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