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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4 영어이름에 대한 단상 (18)


영어이름에 대한 단상

Grace , Alex , Sebastian , 기타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들이다. 아니, 영어권의 외국인들에겐 아주 친숙한한국 사람들의 이름일 것이다. 내가 아내를 영국 유학시절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이름은 ‘Amy’였다. 왜 어이없이 영어이름을 쓰고 있는 지에 대해 연애 시작하기 전 엄청 말싸움을 했더랬다.

이미지출처: Flickr, Paurian 비영리사용 허가

난 영국 유학 시절, 다른 한국인들의 영어이름이 끔찍이도 듣기 싫었다. 한국 사람의 이름은 영어권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쉬운 이름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외국인들의 이름은 발음하기 쉬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레이스 라든지 데이빗이라든지 맞는 발음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가장 친숙한 데이빗 조차도 억양과 강세에 따라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일본 유학 시절과 일본에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타나카 리, 나카무라 박 이라는 일본 이름을 가진 한국 사람은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영어권 사람들보다 일본 사람들이 훨씬 더 한국 사람의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 하는데 그 누구도 일본식 이름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일본어를 배우지는 않는다. 중국어권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문을 중국식으로 발음해서 이름을 부를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독일에서는? 알파벳을 글자로 쓰고 있는 나라가 왠지 좀 있어 보여서 그런가?

우리나라 영어회화 학원에서 수준 미달의 영어강사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던 무렵부터 수업 시간용으로 어줍잖게 갖다 붙이기 시작했던 영어이름들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외국에 어학연수 가면 영어 이름 써야 되는 것처럼 당연시 되는 지금 세태는웃기다 못해 슬프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 중 가장 발음이 쉬운 한 글자를 이름으로 쓰는 경우는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이를테면 김경준의 경우, ‘이라고 부른다든지, 백범석의 경우 이라고 한다든지. 그런데 아무 관련조차 없는 흔하디 흔한 영어권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 자랑스레 소개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잘 모르겠다.

유럽 친구들이 자주 물어봤었다. 한국에서 영어이름은 middle name이냐고.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라고 대답하면 굉장히 의아해하며 물어왔다. 왜 예쁘고 특이한 한글 이름을 안 쓰고 흔하디 흔한 자기네 개똥이 소똥이같은 이름을 갑자기 쓰기 시작하는지.

니네 발음하기 힘들까 봐 그런데

라고 대답하니 별 웃기는 소리 다 듣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 외국 사람들 반응이야 둘째 치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는 정말 이상하고도 요상하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부모님, 조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 고마운 이름 대신 개똥이’ ‘소똥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리도 좋은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이름만큼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미쿡에서 태어나 미쿡인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서 유럽어권 이름을 붙이는 것이야 그렇다 해도 멀쩡한 이름을 두고 글로리아안소니니 하는 잠꼬대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오늘까지도 난 이해가 되질 않는다. 도대체 그대의 태생은 어디요?


추가:
오늘 만났던, 미국에서 유학하셨던 이래로 토니 심’ (본명은 모름) 이라는 이름을 갖고 사시는 그분께 이 짧은 단상을 바친다. 얼른 미쿡인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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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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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조 2010.08.24 08: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완전 대박 공감. 테리우스 김이 이 포스트를 읽었으면 합니다. 어륀지도.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0.08.24 2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어와 그에 관련된 모든 것에 환장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시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데... 뭐든지 빗나가게 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참...

  2. 이방인 2010.08.30 21: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검색해서 들렀는데..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는 다행인지 어느 나라 사람이든 발음하기 쉬운 한글이름이긴 하지만 가끔씩 영어권에서 특히나 아주 백인스러운? 이름을 가진 한국사람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답니다.. 한국에선 영어학원 가면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고 하는데, 아마 그래서 영어 이름 쓰는데 별 거부감이 없나봐요. 우리나라 사람도 외국에 가서 한글 가르칠 때 '한글 이름 하나씩 지어오세요' 하면 어떨까요? ^^ Lisa가 '영순이'가 되고 Christopher가 '영철이'가 되면 그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0.08.31 10: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 블로그에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
      벽안의 외국인에게 '순이' '철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우리도 학원에서의 '재미'에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3. 지나가던 2010.09.10 13: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공감하네요
    저도 제이름을 좋아해서 그대로 쓰고있는데,
    같은클래스에있는 일본아이이름과 비슷해서 다른외국애들이나
    선생님이 부를때 헷갈려죽겟네요.
    영어이름쓸까 심히 고민중입니다ㅜㅜ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0.09.11 23: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성과 이름 중의 한글자를 쓰시는 것이 어떨까요? 전혀 상관없는 영어이름 쓰면 은근히 비웃는 답니다. 이름 세 글자가 전부 발음이 어려운지요?

  4. 필필 2010.10.03 10: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이름은 ㅜ 경필인데
    영어이름으로 Phil 을 쓰려고 하는데 ㅋㅋ 갠찮지 않을까요?
    근데 문제는,, 제가 여자라는 거에요,,ㅜㅜ
    여권에는 Feel 이라고 썻는데,, 외국인 앞에서 Feel 이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 Phill 이라고 써도 될까요,?

    • 필필 2010.10.03 10: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ㅜㅜ이름 ㅜ 추천좀해주세요 ㅠㅠ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0.10.05 13: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너무 늦게 답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Kyung" 이나 "Gyung"이 어떨까 싶은데요? 발음하기 그리 어렵지 않고 밝은 느낌이 들어서 좋을 듯 싶습니다. 굳이 끝 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름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요 ^^

  5. 지나가는학생 2010.11.09 00: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도대체 왜 한국사람이 영어이름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영국 유학생인데요 학교에서 영어이름 쓰는사람 중국인이랑 한국인밖에 없더군요 괜히 겉멋만 잔뜩든사람처럼 보여요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0.11.10 09: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겉멋도 겉멋이지만 우리만 우리의 멋과 전통, 아이덴티티를 무시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왜 내가 가진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요? 비빔밥을 Bibim-bob이 아닌 Mixed Rice & Vegetable Bowl 이라 표기해야 맞다고 생각하는 바보같은 발상이지요.

  6. 행인 2011.02.08 09: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쎄요. 저같은 경우에는 유학갈때부터 영어이름 썼었는데 아무도 특이하게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간혹 한국이름물어보기도 하구요. 로마에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거기서 국가와 개인의 아이덴티티 따지는 건 좀 고리타분한발상아닌가 싶네요 ㅋ 예쁜제이름이 외국애들입에 들어가서 이상하게 발음되는건 더 싫구요 ㅋ

  7.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1.02.08 14: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디까지나 제 단상입니다. 제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계셔서 제 트윗 타임라인에 올라왔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합니다. @minariboy: 예전에 영국 친구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왜 동양 친구들은 모두 영어 이름을 따로 만드냐. 발음 못하는건 우리 문제지 너희 이름 탓이 아니야. 서양 사람들 때문에 자기 이름 하나 더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8. 베티 2011.02.25 18: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학연수 갈 때에 영어이름 만들고 말고는 사생활이지 않나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힘들까봐 억지로 만드는 것은 억지이지만, 어학연수에 가서 미국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공부하는 동안은 그 나라 사람인것처럼 모든 사고를 영어식으로 한 번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두가 발음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영어이름을 만드는 이유도 여러가지죠. 세례명이 있거나, 서류상으로 튀고 싶지 않다거나(동양인에 대한 편견 등의 문제), 제가 말한 것처럼 미국인 체험을 하고 싶다거나요. 일본식 이름을 짓기 싫어하는 것은 옛날의 창씨개명 등 감정이 좋지 않으니까 그런 것입니다. 물론 자기 국적도 민족도 잊게 되면 유쾌한 일이 아니겠지만, 그나라 문화와 언어를 더 잘 이해하고 실감나게 체험하기 위해서 영어이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1.03.03 09: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어이름을 만들고 말고는 개인의 의견이 맞습니다.
      내 이름 영어로 만들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람? 이라면 그것 또한 맞습니다.
      그렇다면 제 글, "영어이름에 대한 단상" 또한 개인의 의견입니다.
      개인의 생각이나 상황에 따라 영어이름을 지을 수도, 안 지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기에 '단상'을 적었습니다.

  9. 지나가다가 2011.02.26 15: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어이름을 짓고 안짓고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또한 이름 세글자에 모두 받침이 들어가고 한글로도 발음이 쉽지 않은 이름인데, 유학초에 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많아요. 이름 말해주면 sorry? 라고 되묻는 경우가 다반사고.. 두세번 다시 말해주어도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은 아직까지 못봤어요. 그리고 지극히 한국적인 제 이름이 외국 발음으로 이상하게 버무려지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고요. 결국엔 사람들이 절 그저 you, 또는 she 로 지칭하더군요. 결국 현재 저도 영어이름을 지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쓰던 이름을 영어로 옮기면 뜻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많고요.
    미국에서 더 편하게 생활하려고 영어이름 하나 짓는 것이 태생이니 아이덴티티니 들이댈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물론 님의 생각도 존중하지만 영어이름 지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작정 서양문화를 동경해서 지은건 아니라는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11.03.03 09: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전 제 한국 이름이 저의 정체성을 가장 잘,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게 표현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리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서양문화를 동경해서" 영어이름을 갖는다기 보다는 "서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서"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귀화하는 경우 외에 자신의 이름을 임시로 고치는 문화는 보기가 드물더군요. 글쎄요... 자신의 실제 이름만큼 스스로의 정체성이 확실한 것이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0. 김태형 2012.04.22 01: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가장 불편한건 제 이름을 Tae 테이라고 알려주면 게이? 케이? 제게서 별 이상한 잡것 같은 발음 소리를 듣나봅니다. ㅠ.ㅠ 태형은 더하고...타이 혀우루엉? 별 이상한!! 그래서 한때는 테리, 테드, 뭐 이런 이름 써봤는데 그냥 테이가 가장 좋더군요. 주위에 친구들을 보면 하나같이 영어이름이 있는데 너도 나도 피터, 존, 샨...어느순간 그들의 한국이름이 기억 안날때가 있더군요. 작년에 제 딸이 이곳에서 태어날때 영어이름을 쓸까말까 했습니다. 고민끝에 퍼스트네임에 영어, 미들에 한국이름을 썼는데...퍼스트에 한국이름을 쓸껄...약간의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도 한국이름을 더 자주 불려주려고 합니다. 정체성이란건 정말이지 이름하나로도 이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 생각듭니다. 영어이름을 쓰는 분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써본/딸에게 영어이름을 준 제 자신은 한국이름을 당당히 쓰는게 개인적으로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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