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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다!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슈퍼마켓 트레이드 쇼에 참가한 한국의 소기업 사장님을 도와 프레젠테이션(이하 PT)을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다. 일단 전시회에 참가해서 상품을 선보이고 홍보한 것은 좋았는데 일본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신규 제품 공급을 위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일본의 모 회사 제품과 한국의 소기업 제품 중에 하나를 채택하겠다고 갑자기 통보해 온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준비기간은 단 이틀, 이틀 내에 PT준비를 끝내고 홈 그라운드의 일본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내가 클라이언트를 대신해서 PT를 하게 된다. 언어의 장벽도 장벽이고 갑작스런 상황에 행여 실수라도 할까 무서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전전긍긍하며 잘 부탁한다는 말만 연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토밖에는 할 줄 모르는 클라이언트 회사의 사장님께서 직접 PT를 하시겠다면서 이틀만 자신과 달라붙어 준비를 도와달라고 했다. 극구 말렸지만 본인의 의지가 너무도 확고해서 최선을 다해 돕게 되었다.

 

PT시간은 약 5~6, 질문시간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통역하거나 간단히 답하기로 했지만 준비 과정에서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원하니 어쩌겠나. 다른 케이스들처럼 PT대행은 경험이 많아 괜찮은데 사장님은 돈 받고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본인이 PT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중요한 업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니 그 말씀에 감복되어 일단은 한국어로 PT준비를 하고 일본어로 번역, 어감이 이상하지 않은지 몇 번이나 체크하고 팔자에 없던 연기(?) 수업을 시작했다.

 

우린 PT의 신, 잡스가 아니다. 하지만 열정은 잡스 이상이어야 한다.

PT 관객들은 당연히 산전수전 다 겪은 일본의 대기업 유통사의 구매담당자들. 부장, 과장, 계장 포함해서 12. 그리고 경쟁 상대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PT를 섹션 별로 나누어 과장-부장-사장의 각 2분씩 3단 공격. 경쟁 기업의 화려한 PT가 끝나고 이쪽의 차례가 왔다. 우리의 한국 사장님, 어눌한 일본어 인사를 시작으로 지난 이틀 동안 거의 밤새워 연습한 PT를 농담조차 잊지 않고 진행하셨다. 나의 불안함이 모두 증발해 버릴 정도의 정렬과 집중력을 몇 분간의 짧은 시간에 보여주셨다. 감탄, 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가혹한 질문이 난무하는 PT장이었지만, 한국 사장님이 한국어로 씩씩하게 설명하고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때, 그 누구도 통역을 하고, 설명을 하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PT의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PT가 끝난 직후, 한국 사장님께서는 위경련이 오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당연하다. 단 한마디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외국어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고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셨으니 속이 뒤집어 지는 것도 당연하다.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솔 파파파 미미미 레레레 도라면 어떨까? 누구나 아는 무엇이 무엇이 똑같나요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를 피아노로 치려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몇 분, 몇 시간의 연습이면 충분히 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6, 혹은 그 이상 교육받고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영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사람처럼 영어를 할 수 없다. , 영어가 아닌 그 어떤 외국어라도 그렇다.

 

이번 PT를 위해 클라이언트 사장님과 나는 여러가지 궁리를 했었다. 어떻게 하면 생판 모르는 외국어로 PT를 구성할 수 있을까?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워봤다.

1.     짧은 문장으로 단순하게 전달하자.

일본어는 우리말과 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주어+조사+목적어+조사+동사(형용사)>의 형태를 이룬다. 그래서 영어보다는 아무래도 문장 구성이 어렵지 않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문장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또한, 발음도 연습을 조금만 하면 하기 쉽기 때문에 짧은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구성을 했다. 인터네이션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아예 없애기로 하고(도쿄는 일본 중에 가장 인터네이션의 기복이 없는 편이다) 가급적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영어의 경우, if, who, which, that 등등 복수의 절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지만 대부분 말하고자 하는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1개의 문장은 아무리 길어도 10개 이하의 단어로 구성해 짧게 하는 것이 낫다. 또 한가지 짧은 문장의 이점은 내이티브와 거의 같은 속도와 억양, 리듬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어렵다.

2.     외국어 구사력보다는 인간적인 모습과 열정으로 평가받자.

바이어나 투자자의 시점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또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그리고 그 경영자가 만든 상품을 평가 받는 것이지 영어나 외국어 어휘력을 평가 받는 것이 아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아주 작은 초보적인 부분일 뿐이다. 게다가 통역이 있으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             절대 포기하지 않을 사람인가?

-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             능력 있는 사람을 끌어들일 리더십이 있는가?

등등의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도 훨씬 근본적인 사람으로서의 근본과 근성을 평가 받는 기회가 PT 인 것이다.

 

몇 년 전, TV에 나와 어륀지어쩌구 저쩌구 하던 모자란 사람들이 이야기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본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는가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정말 중요하다.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정말 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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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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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영's 2010.03.07 00: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군요..^^

 

투자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얼치기라는 말이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는 알아듣기 쉬운 말을 놔두고 알아들을 수 없는 국적불명, 출처 불명의 단어를 남발하는 바보들이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의 구별이 없다.


이 비즈니스는 모델이 훼일했기 때문에 컴플릭트한 이슈를 라이트스텝으로 빌드해서 푸쉬하는 것이 베스트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영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국적불명의 문장을 제대로 바꿔보면 일이 생각한 만큼 이익을 못 만드니 장해가 되는 문제에 사람을 써서 정리해야만 한다쯤 되겠다. 표현만 헷갈리게 할 뿐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에 더욱 열 받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장이 사업설명을 하러 와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나열해서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늘어놓는 PT를 시작하는 케이스는 뭔가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에게 연막을 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이것은 의뢰로 잘 들어맞는다. 또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호도할 목적으로 당연하고 어렵지 않은 일을 어렵고도 힘든 일인 것처럼 복잡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MBA를 취득한 인간이 사업설명을 할 때랑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사람이 IT업 또는 컨설팅 계통의 일을 시작할 때 주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진다. 기본으로 돌아가, 미국인에게 PT를 할 때는 영어를, 한국인에게 PT를 할 때는 한국어를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설명하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간단명료해야 하는 PT를 왜 일부러 복잡하고 알아듣지 못하게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반년가량 전, 어느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벤처회사의 사장이 필자를 포함한 투자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출자를 요청하기 위해 PT를 하러 왔다. 물론 듣는 이쪽도 일인 관계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두꺼운 자료, 장시간의 PT 치고는 의미가 없는 설명, 게다가 국적불명의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이 합쳐졌다. 무엇을 하자는 건가. 1시간이 넘어가는 동안 이야기 한 것은 짧게 말해서 [최근에 일의 진행이 어려워져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은행 쪽 신용이 떨어졌지만 가능성이 있으므로 출자를 부탁한다]가 아닌가? 게다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오로지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해서 나열해 놓았으니 하나마나 한 PT를 한 것이다.

 

정중히 거절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장이 다시 찾아와서 상담을 하게 되었다. 일에 관한 이야기라 일단 들어보았더니 어느 정도 수익성이 보이므로 바이아웃(Buy-Out)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바꿔 얘기해 회사를 가치를 인정해 주는 누군가에게 팔고 싶다는 이야기다. 잠꼬대 같은 소리다. 상장의 꿈이 무너지고 자력으로 일어설 힘이 없어져서 합병이라도 당해서 다른 회사의 한 부문으로라도 살아남고 싶다는 이야기겠지. 매각이나 합병으로 살아남는 다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은 보전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런 작은 이익을 위해서 피 같은 돈을 투자를 하고 자금을 묶어두는 것이 아니다.

 

외국어를 살벌하게 써서 정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인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바보 사장은 점점 늘어나고만 있다. 투자자를, 투자회사를, 그리고 은행을 더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지, 어떻게 하면 번지르르하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약점을 감추거나 흐릿하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는 것은 그 사장과 경영하는 회사가 미래에 어찌될지 판단하게 해 주는 좋은 소재가 될 뿐이다.

ps. 최근 국내 정치인들과 언론사의 기자들이 비슷한 수법을 사용하는 것 같던데...
    국민과 독자는 모를 거라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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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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