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려면 큰소리 쳐라?
Business 2010. 5. 6. 08:38 |사업하려면 큰소리 쳐라?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일단 큰소리 쳐야 한다”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일본 쪽의 비즈니스에 어느새
특화되어 버려 있어서인지, 지인이나 거래처로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도대체 왜, 비즈니스에 큰 소리를 쳐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느꼈다. 한국에 가면 일단 소리부터 질러야 된다고.
이 사람, 정말 강해 보이지 않는가?
천성적으로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다. 그리고 시끄러운 것도 싫어한다. 조용히 의견을 듣고 나서 말하기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큰 목소리로, 빠르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간 말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그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설사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해도 중간에 말을 자르고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한다.
제조사, 유통사, 판매사, 중개사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만나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이익이 부합되면 일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견의 교환보다는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즈니스는
전쟁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즈니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누구나가 노력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키워야 할 때는 상대편이 잘못을 했을 경우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단순히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는 상황에서 큰소리치는 것은 허세를 떨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강한지를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점은, 그러지 않는 상대를 대단치 않고 약한 상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출장 중 미팅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거래처의
젊은 사장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미팅 중이니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하는데 꼭 물어볼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팅 중이던 상대에게 5분의 양해를 구하고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iPad 있잖아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다는데 그거
하나 사다 주실 수 있나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진짜로 미쳐버릴 뻔 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0.1초 사이에 수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
나의 어떤 점이 거래처 사장으로 하여금 나에게 그딴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
단지 그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양쪽 모두의 문제인 것인지.
적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고작 기계 하나 사다 달라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까? 게다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회사 대 회사의
관계에서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사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란다. 허풍도 치고 소리도 질러 가면서 한마디로 “쎈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본의 비즈니스에 특화되고 적응했으면서도 정작 한국의 비즈니스에는 덜 적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성, 또 반성. 반성할 일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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