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29 블로깅 슬럼프와 금연 (7)
  2. 2009.02.19 나의 흡연기




블로깅 슬럼프와 금연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전국민 금연시대에 나는 아직 흡연자이다. 한달 전에야 금연을 시작했으니 아직 당당하게 비흡연자라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끊기 전) 예전보다 많이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반 갑 정도를 피워댔다. 처음 담배를 피우던 시절과는 이제 많이 변해 흡연이 가능한 곳도 많이 줄어들고, 흡연자의 천국이라 불리던 도쿄도 이제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기가 꽤 힘들어졌다. 일본에 처음 왔을 땐, 맥도날드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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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시절 사서 피운 담배에 새겨진 충격적인 경고>

금연을 시작하고 나는 심각한 블로깅 슬럼프에 빠져 있다. 블로깅 소재의 고갈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예전의 "포스팅 습관" 때문에 그럴 수 도 있을 것 같다. 반짝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면 담배 한대 피우면서 머리 속에 대략 정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던 습관이 지금은 글을 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쓴 글 중에 [나의 흡연기]라는 포스트가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무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끊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는지 글의 말미에 다시 담배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금연]에 관해 쓰게 되지 않을까 언급한 적이 있었다.

 

흡연자 누구나 그렇겠지만, 거의 15년 가량 담배를 피워오면서 유학생 시절 생활고 때문에 한 2년 담배를 끊어보고, 다시 피우다 여자친구가 담배냄새를 싫어해서 한 1년 안 피우다가 다시 피고, 군대에 가서 5개월 가량 다시 금연,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줄곧 피워대고 있다. 여러 차례 담배를 끊어본 경험으로 내게 있어서 금연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만 느껴졌었다. 바로 지난 달까지만 해도.

 

이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내게 있어서 담배란 일종의 이나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없는 나에게는 담배한대 피워 물고 한대 다 태우고 나면 담배를 피우기 이전의 나쁜 기분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폭음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며 가무를 즐기지 않는다기 보다는 싫어하는 쪽에 속한다. 노래방에 가는 것 조차 웬만하면 사절이다. 친척하나 없는 나라에 와서 사니 누굴 붙잡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오랜 유학생활과 외국생활에 뾰족한 수가 없는 내게 있어서 담배는 정신 건강을 위한 알약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금연을 시작한 계기는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이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처음 뉴스를 듣고는 떨리는 손으로 제일 먼저 찾은 것이 담배였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는 생각이 들어서 나를 속박, 지배하고 있는 것을 떼어내 보고 싶어져서 결정한 것이다.

 

금연 후, 어찌하면 좋을 지 모를 것이 생겼는데, 바로 스트레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나는 별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지 못한다. 남들 다 쓰는 방법이라고 나도 써봤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쓸데없는 고집일지도 모르지만, 술은 반드시 기분 좋게 마셔야 하며, 절대 취할 정도로 마시지도 않고, 술 먹고 노래방 가자는 친구가 제일 밉다. 끌려가도 노래를 골라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기 때문에 춤을 추러 갈 수도 없다. 그러니 무엇으로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인가가 내게는 굉장히 심각한 두통거리이자 또 하나의 스트레스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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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피고 싶다. 글을 읽고 계신 분은 눈치 채셨겠지만 최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담배를 대신 해 줄 그 무엇도 갖고 있지 않다.

 

갑작스레 이렇게 쓰기 시작해서 쓰다 보니 이 블로깅 자체가 내게 있어서 새로운 담배가 되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 대신 글을? 좋은 생각 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하루에 몇 개씩 내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온다면 그날은 내가 스트레스 받은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9/02/16 - [Who I Am] - 나의 흡연기
2009/05/23 - [Who I Am] - 살아서 치욕을 당하느니 죽음으로 결백을 웅변하다
2008/07/28 - [Smoker's Manner] - 담배를 쥔 손은 어린이들의 얼굴 높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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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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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흡연자 2009.06.29 14: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금단 증세는 없나요? 3일을 못넘기는데요.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09.06.29 2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다행이도 심각한 증세는 없습니다.
      단지 식욕이 치솟아 어쩔줄 모른다는 정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jay 2009.07.05 02: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ㅋ...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이전에 금연경험이 화려하시니 곧 탈탈 털어버릴수 있겠는데요?
    저두 이제 한 6개월 좀 넘었는데... 아직두 가끔 생각나요. ㅠㅠ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09.07.08 09: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긴 무섭습니다.
      식사하고 다들 담배를 꺼내면 저도 모르게 가방을 뒤지곤 합니다. ^^;

  3. Favicon of http://blog.okcj.org 청공비 2009.07.13 12: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식후, 기상후, 큰일 볼 때, 음주 중...모두 담배 없이 보낼 수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는 정말로 대안이 없습니다.
    연기와 함께 날려버리는 스트레스...정말 괜찮은데...T T

    •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빠야지™ 2009.07.13 18: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스트레스 받을 때가 제일 힘이 듭니다.
      담배마저 없으니 먼산 바라보고 한숨만 쉽니다.
      금연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레포트 혹시 못보셨나요? ^^;

  4. 2009.07.15 14: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나의 흡연기

Who I am 2009.02.19 16:17 |




제목을 써놓고 보니 웃기는 제목이 되어버렸다. 요즘 같은 세상에 대놓고 흡연자라는 사실을 공표하다니. 왠지 [흡연자=비지성인] 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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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피워본 담배는 [88]이었다. 요새도 나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 아버지의 [88멘솔] 담뱃갑에서 사촌 형과 둘이서 하나를 꺼내 몰래 피워본 것이 처음이었다. 죽도록 기침만 나오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 담배와의 첫 추억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수입담배 자율화가 이루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말보로, 마일드세븐이 가게에 놓여졌고 내 친구들은 [말빨(말보로 빨강케이스)]을 피우는 녀석들과 마일드세븐을 피우는 녀석들로 나뉘었고, 가끔씩 친구들의 담배를 한대씩 얻어 피우는 준 흡연자가 되었다. “정식 흡연자가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용돈 탓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달 용돈이 5,000원이었고 그 중 버스비가 3,000원을 차지했으며 당시의 담배는 한 갑에 600원이었으니 용돈으로 담배를 사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고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하게 된 나는 정식으로 흡연자가 되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쓰게 되면서 담배를 살 여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대학 1학년과 2학년 때는 [학교-알바-]이라는 테두리에서 거의 벗어난 적이 없는 나는 자연스레 담배와 슈퍼 패미콤(닌텐도)을 가장 친한 친구로 갖게 되었다. 당시(1994~1997)의 일본 담뱃값은 230~280엔이었고 한국은 1,200~1,50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세점에서 일본으로 사왔던 담배는 [This]. 외국인 친구들이 담배 이름을 보고서 놀렸던 기억도 있다. “Is This [This]?”, “What is [This]?” 등등. 담배이름 짓는 센스 하고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Samsung Techwin | Digimax i5, Samsung #1 | Normal program | Pattern | 1/20sec | F/3.5 | 0.00 EV | 6.6mm | ISO-152 | Off Compulsory | 2006:01:22 17:01:37
흡연자의 천국이라 불렸던 일본에서 보낸 처음의 몇 개월 동안은 나의 흡연생활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짧고 굵어서 신기했던 [HOPE]로 시작, 그 독함에 얼마 견디지 못하고 이것저것 시험 삼아 계속 다른 담배를 피워봤다. [Peace], [Black Stone], [Lucky Strike], [] [Dunhill International], [Dunhill Lights], [Seven Star], [Camel], [Philip Morris], [Cabin], [Lark], [Kool], [Salem], [Parliament], [Kent], [Winston], [Hi-Lite], [Caster], [JPS]를 전전하다 결국 [Dunhill Lights]에 정착, 2년 정도 피웠다. 부드러운 맛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8각형 디자인의 담배 케이스가 한마디로 뽀대가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말 즈음의 여친이 담배냄새를 죽도록 싫어해서 타의에 의해 약 1년간 담배를 끊게 된 적이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젊은 날의 사랑의 위대함이랄까. 지금 써놓고 보니 코웃음 밖에 나오지 않지만. 여하튼 이별과 함께 애인대신 다시 손에 잡은 것은 또다시 [Dunhill Lights] 였다.

 

IMF와 함께 귀국하게 된 나는 또래 친구들은 이미 다 제대해 버린 군대를 가게 되었고, 100% 강제로 담배를 끊게 되었다. 피고 싶어도 필 수도 없고,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 체력적으로 달리는 몸으로 담배를 피울 수도 없었다. 훈련소 6, 후반기 교육 11주 동안 담배 없이 살았으니 120여일, 4개월이 넘도록 비흡연자로 지내게 되었다. 몸이 워낙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별 스트레스 없이 금연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대에 도착한 첫날 40여명의 고참들과 번갈아 이야기하며 40여대를 하루에 피우고 났더니 하루 만에 바로 원래의 흡연자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때 피운 담배는 그 유명한 [ This]. 동갑내기 친구들은 [ 88]이었지만 3년 가까이 늦게 간 덕분에 조금은 향상된 [ This]를 보급받게 된 것이었다.

 

제대 후에는 [Dunhill Lights]로 복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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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사람들이 죄다 같은 담배를 피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나은 맛을 지닌 담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취직하고 심기일전 하자는 뜻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금연을 하게 되었다. 약 반년 정도 금연기간은 지속 되었다.

 

새로 일하게 된 회사에서 예상치 못했던 외국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 일본어를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사회는 “100점짜리 일본어 사용자보다 “50점짜리 영어 사용자를 더 우대하고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죽도록 싫어하고 공부하지 않았던 나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었다. 음주가무를 별로 즐기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는 담배한대 피우고 잊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다시 담배라는 친구를 찾게 되었고, 친구와 심사숙고 한 끝에, 영어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20대의 끝자락이라는 많은 나이로 영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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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 보따리 싸가지고 간 [Dunhill Lights]가 다 떨어져 갈 즈음,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담배 한 갑에 4파운드~5파운드 (당시 약 7천원~1만원) 나 하는 나라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이만저만 사치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해결책은 바로 [말아 피우는 담배]였다. 일반적인 담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던 [말아 피우는 담배]와 한동안 같이 지냈다. 그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Golden Virginia]. 그러나 일반적인 담배보다 훨씬 독하고 비바람 부는 날씨가 많은 영국에서 담배를 피울 때 마다 침 발라 말아서 피우는 담배는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귀찮을 수 밖에 없었다. 랭귀지 스쿨을 벗어나 대학에 가게 됨과 동시에 말아 피우는 담배를 버리고 맛도 없고 영국에서 제일 싸구려 담배였던 [Richmond] [Benson & Hedges]를 피우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일 입맛에 맞았던 [Dunhill Lights]를 만들어낸 본고장인 영국에 가서 비싸서 [Dunhill Lights]를 못 피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영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착한 가격의 담배를 만날 수 있는 한국에 돌아와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국산 [Indigo] 였다. 니코틴 0.1mg, 타르 1mg 이라는 부담 없는 가벼움. 예전의 [88]이나 [This]와는 다른 깔끔한 맛에 반해 다시 일본에 오기까지 몇 년 동안 사이 좋게 지냈다. 일본에 와서도 한동안 들어올 때 몇 보루나 사서 짊어지고 온 면세 [Indigo]를 피웠지만 결국엔 모두 연기로 사라지고 새로운 담배친구를 찾아야 할 시기가 왔던 것이다. 1mg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이후로 더 독한 담배는 입에 맞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던 중 가격도 맛이 좋지는 않지만 저렴하고 깔끔한 [Mild Seven Super Lights]를 피우게 되었다. , 이래저래 부담스럽지 않고 맛도 나쁘지 않고적당한 타협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얼마 전 발매된 [Marlboro Filter Plus]가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하길래 피워보게 되었다. 맘에 드는 1mg이 없었던 관계로 담배를 살 때마다 고민에 휩싸였었는데 대대적인 판촉활동 덕분에 살 때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라이터나 재떨이 증정품이 같이 따라와서 얼씨구나 하고 사게 되었다. 하지만 맛은 그냥 그렇다고나 할까? 그래서 여전히 고민 아닌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amsung Techwin | Digimax i6 PMP, Samsung #11 PMP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20sec | F/3.5 | 0.00 EV | 6.6mm | ISO-203 | Off Compulsory | 2009:02:18 20:32:21
 뭘 살까 망설일때, 이런 끼워주기 판촉상품은 선택을 좌우해 버린다.
사진 앞쪽은 왼쪽부터 가스라이터, 터보라이터, 가스라이터. 뒤쪽은 자동차 컵홀더용 재털이
 

이렇게 쓸데없는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 드릴뿐이다. 다음에 담배에 관한 글을 쓰게 되면 아마도 [금연]에 관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8/07/28 - [Smoker's Manner] - 담배를 쥔 손은 어린이들의 얼굴 높이였다.
2008/07/28 - [Smoker's Manner] - 꽁초를 배수구에 버렸다...라기 보다는 숨겼다.
2008/07/29 - [Smoker's Manner] - 담배연기의 크기는, 몸 크기보다 절대로 크다.
2008/07/31 - [Smoker's Manner] - 700℃의 불을 들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스쳐간다
2008/08/26 - [Smoker's Manner] - 빨리고 불타고 버려지고. 담배가 아니었다면 울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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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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