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군면제 대안은 있다
먼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6강 진출에 성공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과 선수단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자랑스럽다. 전술이 어떻고, 실수가 어땠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 했을 것이고, 때로는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의 자랑, 캡틴 박지성 선수
이번 대회 중에 박지성 선수가 ‘병역면제’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하고 싶어서 찾아보니 "2002년 월드컵 이후 군 면제를 받고 선수들이 그 동안 유럽 축구 배운 것 등에서 성과를 얻은 것 같다" 라고 한 모양이다. 후배들을 위해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은 ‘병역면제’에 대해서 꼭 한마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연예인, 정치인 제외) 병역 문제를 박지성 선수 스타일대로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우선 결과론 적으로 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고. 박지성 선수에게, 이청용 선수가 2년 동안 군대에 갔다 왔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 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자신이 나라를 위해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더 큰지, 사명감이 더 큰지 그것은 본인이 아니라면 알 방법이 없다. 그러나 나는 “국가가 선수를 국제대회에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지 절대로 “선수가 국가를 위해서 뛰어 주시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육군 병장으로 제대한 사람으로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 2년 2개월을 국가에 헌납한 사람으로서, 20대의 2년여의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아는 사람으로서 내 의견을 몇 마디 적어보고 싶다.
1. ‘군복무 면제의 기준’이 무엇인가?
현재 운동 선수 등의 군복무 면제는 기준이 “국위선양”에 달려 있다고 한다. 너무 지나칠 정도로 애매모호한 기준이다.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기준이 명확히 있을 경우에의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 “국제대회에서의 1~3위 입상”이라는 기준이 있고 그것을 지킨다면 그 자체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같이 세계 16위 안에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위선양에 이바지했다라고 한다면 했다, 못 했다를 놓고 어느 쪽이 옳은가를 따질 수 있겠는가?
2.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운동 선수 중에서는 국가 대표, 그리고 국가 대표 중에 올림픽 입상이 주로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WBC,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그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대표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수 비를 놓고 잰다면 누가 더 국위선양을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성이라 논외지만 만약 남성이 조수미씨 정도로 해외에서 유명해 진다면? 개인으로 유명해 진 것인지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이바지 하면서 유명해 진 것인지 누가 어떻게 판단을 할 것인가?
3. 형평성은 어쩔 것인가?
2002 월드컵을 통해 병역을 해결하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 덕에 한국의 축구 수준이 많이 올라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박지성, 이청용 선수가 몸으로 증명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이 끝나고 해외 리그 진출이 결정되는 선수들은 따로 병역 혜택을 주어야 할까? 해외 리그에 일본의 J 리거도 포함시켜야 할까? 잠깐, 비 운동선수 국민들 중 젊은 나이에 국위선양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etc. 끝이 없다. 일반 국민들은 국제대회에 참가할 일이 없는데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운동 선수가 되어야 할까? 월드컵 대표 선수들의 병역 면제에 찬성하는 분들은 내가 이런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을 “본전생각”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도 많을 것 같다. 이미 끝난 것, 다시 찾아올 수도 없는 시간을 가지고 본전 생각을 할 것 같은가? 돈을 잃었으면 모를까.
법적인 형평성을 따지자면 더더욱 복잡해 진다. 누구 마음대로 법을 주물럭 거린단 말인가? 예외가 많은 법은 더이상 법으로서 인정 받을 수 없게 된다. 가진 사람,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될 뿐이다.
4. 2년간 외화벌이? 보통 사람은 2년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을 받쳐 나라를 지킨다.
박지성 선수, 1년에 얼마 버는지 모른다. EPL에서 뛰고 있으니 대략 60~100억원 정도 될 것이다. 그 돈이 전부 한국으로 들어오는가? 역시 내 알 바가 아니다. 개인의 돈 이므로 알아서 잘 관리하고 계실 것이다.그러면 대한민국의 수출 기업들은? 프로 운동선수의 송금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도 우리는 북한이 아니다. 외화벌이 일꾼을 수출해야 할 만큼 정말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2년간의 국방은 돈을 주고 누군가를 고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 국방의 의무가 그렇게 우스운가?
대한민국 남자 중에 군대에 가고 싶어 가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사관학교에 지원 입학 하는 사람들이 전부다. 그런데 왜 군대가 존재할까?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난 군대가 싫다. 군인도 싫다. 하지만 군병력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왜?”라고 묻는 다면 당신은 미친 거다. 얼른 구글 또는 다음에서 “10만 양병설”과 “임진왜란”에 대해서 검색해 봐라. 우린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우리의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국방의 의무는 필수일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관광을 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는 북한과 “휴전 중”이기 때문인 것이다. 통일이 된다고 병역이 없어질 것 같은가? 중국은? 일본은? 러시아는? 대한민국이 없어져도 별 상관없다고 한다면 나도 할 말 없다.
6. 병역이 왜 필요한지 알고는 있는가?
형평성이 없다면 군대에 가는 것 자체가 얼차려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끔찍하고 힘든 경험일 뿐이다. 하지만 4주 정도의 기초 훈련은 우리나라 여성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만에 하나,전시 상황이 벌어진다면 4주라도 기초 훈련을 받은 사람과 그나마도 받지 않은 사람의 생존율이 똑같을까? 손에 총이 있어도 쏠 줄 모른다면 자신의 몸 조차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병역이 필요한 이유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보다는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7. 내가 생각한 대안은 이것이다.
축구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 선수, 그리고 연예인에게 20대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평생 벌어야 하는 돈의 대부분을 20대에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늙어서도 일할 수 있으니까 괜찮을까? 20대의 2년 동안 어떤 공부를 한다고 하면 30대의 4년, 40대의 6년에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 이상일 것이다. 그 누구에게나 20대의 2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고 안타까운 시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국위선양을 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줄 수 있는 대안을 몇 가지 생각해 봤다.
# 내가 생각하는 대안
가. 40세 전에 아무 때나 2년 동안 갈 수 있게 해주자.
요즘 30대, 옛날 30대와는 틀리다. 게다가 운동능력이 발군인 운동 선수들이다. 축구선수 출신이라면 39세에 군대에 가도 20대들보다 훨씬 잘 뛸 것이다. 체력도 물론이다.
나. 현역 은퇴 후, 원하는 시기부터 대체복무 (속칭 동방위 등)를 4년 동안 할 수 있게 해주자.
동방위, 구방위 등등 인력을 필요로 하는 관공서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항상 의문이 들었던 것은 어째서 현역과 대체복무가 같은 기간 동안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오지에서 생활하는 것과 가족과 생활하며 출퇴근 하는 것에 대해 동등한 대우를 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다. 게다가 입대 시기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면 4년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선수생활을 했다면 4년 정도, 먹고 살만큼 벌어놓았을 것이니 생계가 어쩌고 하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도 부모님께 용돈 받아가며 대체 복무 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오히려 욕을 먹어도 마땅할 것이다.
다. 병역면제를 받는 대신에 20대에 벌은 최고 연봉 2년 분을 전액 국방 예산으로 징수해 대한민국 국방의 품질을 높이도록 하자. 현역 장병들, 사실 칫솔 보급조차도 모자라다.
군복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군생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누구나 알 것이다. 항상 배고프고 재보급을 받지 못해 발등에 구멍이 난 군화를 2년 동안 신고, 물자가 모자라 한달 만 원의 월급에서 비누와 치약을 사서 쓰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사비로 물건을 사서 써야 하는 우리 현실이다. 같은 나이에 누구는 수십, 수백억을 벌며 군대도 안가고 누구는 한 달에 몇 만원 벌면서 군대에서 삽질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나라에 충성하는 국민이 훨씬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직 운이 좋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해마다 국방예산을 놓고 싸울 것 없이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돈을 군복무 대신 징수를 한다면 수십만에 달하는 젊은이 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국방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추가조항> 국가대표 소집할 때 군소리 없이 소집 가능하도록 팀과의 계약서에 조항을 삽입하게 하자.
가, 나, 다 중 어떠한 방법이라도 나는 불만 없이 찬성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 의무를 할 수 있게 하는데 시기와 방법이 중요할까? 비단 운동 선수뿐만 아니라 연예인도 어설프게 대체복무 시키느니 확실하게 위와 같은 대안을 취하는 것이 국민-국방-본인들에게도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Win-Win-Win이 아닌가? 엄청난 운동능력과 초콜렛 복근을 가지고도 신체등급이 낮은 이들을 보면서 일반 사병들의 사기가 얼마나 꺾이는지 국방부나 특혜자들은 알기나 하는가? 정부 관계자들이야 대부분 군대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인간들이니 모를 테지만. 다만 연예인의 경우, “최소 얼마 이상의 연 수입이 있는 자”로 규정을 따로 정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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