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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6 사업하려면 큰소리 쳐라? 4
  2. 2009.04.06 비즈니스와 전쟁터의 공통점은?

사업하려면 큰소리 쳐라?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일단 큰소리 쳐야 한다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일본 쪽의 비즈니스에 어느새 특화되어 버려 있어서인지, 지인이나 거래처로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도대체 왜, 비즈니스에 큰 소리를 쳐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느꼈다. 한국에 가면 일단 소리부터 질러야 된다고.


이 사람, 정말 강해 보이지 않는가?

 

천성적으로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다. 그리고 시끄러운 것도 싫어한다. 조용히 의견을 듣고 나서 말하기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큰 목소리로, 빠르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할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간 말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그 누구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설사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해도 중간에 말을 자르고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한다.

 

제조사, 유통사, 판매사, 중개사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만나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이익이 부합되면 일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견의 교환보다는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즈니스는 전쟁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즈니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누구나가 노력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키워야 할 때는 상대편이 잘못을 했을 경우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단순히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는 상황에서 큰소리치는 것은 허세를 떨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강한지를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점은, 그러지 않는 상대를 대단치 않고 약한 상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출장 중 미팅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거래처의 젊은 사장님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미팅 중이니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하는데 꼭 물어볼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미팅 중이던 상대에게 5분의 양해를 구하고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iPad 있잖아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다는데 그거 하나 사다 주실 수 있나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진짜로 미쳐버릴 뻔 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0.1초 사이에 수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

나의 어떤 점이 거래처 사장으로 하여금 나에게 그딴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

단지 그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양쪽 모두의 문제인 것인지.

적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고작 기계 하나 사다 달라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까? 게다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회사 대 회사의 관계에서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사람들을 지나치게 신사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란다. 허풍도 치고 소리도 질러 가면서 한마디로 쎈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본의 비즈니스에 특화되고 적응했으면서도 정작 한국의 비즈니스에는 덜 적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성, 또 반성. 반성할 일이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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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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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전쟁터다.

 

여러 회사와 거래하다 보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나처럼 각 회사들 사이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더 빈번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데, 비즈니스와 전쟁터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적이 10명이라고 해서 믿고 갔는데 100명이면 어리석게 그대로 믿은 나만 죽는다.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자금규모는 약 100억 정도로..."

"저희는 작년 매출이 200억 정도 됩니다..."

"저희가 이번에 일본에서 XX 20t/월 수입하려 하는데요..."

"일단 이번 달에 샘플로 100kg, 다음 달부터 10t 씩 매월..."

 

매일 듣는 말이다. 주말 빼놓고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듣고 산다. 이런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에 응해 막상 투자기관을 물색하거나 거래처를 물색해 놓고 나면 딴소리가 시작된다.

 

"자금운용 계획서요? 꼭 필요 한가요?

", 작년 매출이요? 200억은 좀 안되고... 100억 정도..."

"저희가 일단은 1t/월부터 시작하고, 20t/월이 될 겁니다"

", 그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보류입니다."

 

사람의 마음, 변할 수도 있다. 기업의 계획,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에서 시간들이고 고생하고 자신의 신용을 내 걸은 회사는 어떻게 될까? 100t 이라고 견적 뽑아 달라고 했는데 실제 거래량이 1/10이 되면 B2B에서 같은 가격으로 줄 것 같은가? 게다가 무역거래면 물류비는?

 

 

2. 지도도 없이, 정찰도 하지 않고 돌격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바로 착수해 주십시오"

 

이 또한 자주 듣는 말이다. 주문 대로 바로 업무에 착수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업무를 맡기려면 그에 상응하는 준비된 정보와 서류를 제공해야 일다운 일을 시작할 것이 아닌가.

 

 

3. 배고픈 병사는 전투를 수행할 힘이 없다.

 

"착수금? 실비? , 업무 진행 비용이요? 일단 제 말씀 들어보세요, 저희 사업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사장님 쪽에서 일단 [투자]라고 생각하시고 업무를 진행하시고, 성사 후에 이익의 20% 드리는 걸로 하죠"

 

듣기 지겹다. 우리 쪽에서 OK 한 일이라면 (물론 가능성을 판단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여 거절했지만 부득불 우겨서 진행하는데 우리의 시간과 자금을 [투자] 하란다.

 

 

4. 훈장 달았다고 안 죽는 것은 아니다.

 

"나라에서 민다니까요"

"이번 정부의 국책 사업입니다"

"만들기만 하면 조달청으로 들어갑니다"

"일단 외국에서 자금이 들어오면 기관에서 밀어준다고 약속을..."

 

우리나라엔 웬 "국책사업"이 그렇게 많은지, 기가 찰 정도다.

아무리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고들 한다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일도 아니거니와, 사실이라면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5. 실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리서치 비용이요? 그거 인터넷으로 좀 알아보면..."

"차비가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쫀쫀하게 하지 말고, 나중에 알아서 챙겨드리려고..."

 

그 얼마 안 되는 리서치 비용, 아깝고 쫀쫀하다 생각되면 직접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을 까. 유용한 정보는 저절로,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불필요한 정보라 해도 적어도 시간과 노력은 투자해야 얻을 수 있다. 진짜 유용한 정보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6. 보급이 끊기면 죽는다.

 

", 요청하신 서류요? 곧 됩니다, 아뇨, ""이요. 시간은 아직..."

"이래서 안 되구요, 저래서 안 되구요"

"저도 바쁘다니까요. 일단 하고 계시면 제가 준비되는 대로..."

 

기업이든, 단체든, 핑계 많은 인간들과 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비즈니스에서의 백업이란 필수불가결 요소. 서류든 자료든 미리 준비하지만 갑자기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담당자라는 사람이 뭐가 그리 바쁜지 제대로 백업을 해주지 않으면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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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헤드샷" 당하고 싶은가?>

 

종합해 보면,

잘못된 정보만 가지고 정찰도 없이, 보급도 안되고 지원병도 없이 쫄쫄 굶은 상태에서 훈장만 달고 실탄도 없이 돌격


이다. 살아남을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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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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